결과보다 과정을 ‘관찰’하는 시대

      2017.07.26 15:37   수정 : 2017.07.26 15:37기사원문


시청자들의 보는 눈은 높아지고 콘텐츠는 범람하는 상황 속 더이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 됐다. 특히 드라마에 비해 풀어가는 과정이 간략한 예능프로그램은 소모가 빠르기 때문에 신선함을 주기에 더욱 어렵다. 온갖 파일럿과 더불어 장수예능까지 쏟아지며 대부분의 소재와 포맷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

이제는 거의 ‘돌려막기’ 수준이다.이럴 때일수록 각광받는 진리가 있다.
바로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풀어가는 능력’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포맷을 찾기 어렵다면, 오히려 익숙한 포맷을 색다르게 풀어 나가며 차별화시키는 우회가 있다.물론, 요리의 기본이라고 하는 김치찌개나 밑반찬을 맛있게 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며 우회로를 개척해 나가는 예능들도 있다. 이 예능들은 효과를 증명하듯 모두 큰 인기를 끌고 있거나, ‘식상하다’는 비판을 면하고 팬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2. 관찰예능: ‘나 혼자 산다’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관찰예능은 과거부터 꾸준히 쓰이는 예능 포맷 중 하나다. 대중은 늘 스타의 모습을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그 예를 잘 보여주는 것이 MBC ‘나 혼자 산다’이다. 2013년 3월 첫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현재까지 약 4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오고 있는 장수 예능이다.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하지만, 프로그램은 위기를 지나 또 다른 전성기를 맞고 있다.과거 관찰 예능은 ‘베일에 싸여 있는 연예인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을 할까?’하는 의문에 그쳤다. 단순히 연예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숙소 공개, 몰래카메라, 실험카메라 등이 유행한 것이 그 예다.스타와 대중의 거리가 가까워진 현재는 리얼리티 예능이 급부상하면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인기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이제 시청자들은 화려함 속에 갇힌 연예인이 아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지닌 현실 속 연예인을 바란다.‘나 혼자 산다’는 이런 욕구를 가장 잘 만족시켜주는 관찰 예능이다. 전현무 회장을 필두로 꾸려진 무지개 모임은 마치 우리들이 친구들과 만든 동호회나 모임과 다를 바 없다. 그 안에서 연예인들은 MT도 가고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우리의 일상과 마찬가지인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영어 배우기’ ‘집들이’와 같은 콘셉트가 들어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나 혼자 산다’에 열광하는 이유는 설정이 방송의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연예인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좀 더 다채롭게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이런 주객전도를 겪지 않은 또 다른 프로그램은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이하 ‘발칙한 동거’)다. 당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을 때 우려를 낳았던 지점은 ‘‘우리 결혼했어요’와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였다. 남녀 연예인을 러브라인으로 몰아가 화제몰이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방송가 탓이다.그렇지만 ‘발칙한 동거’는 ‘동거’라는 개념을 ‘남녀’로 국한 짓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 다른 직업과 나이, 성격, 배경 등을 지닌 이들이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물론, 자막이나 뉘앙스를 통해 로맨스의 꽃을 피우려는 시도도 있지만 이는 잠깐 웃음을 유발하곤 패널들에 의해 금세 사그라진다.궁극적으로 ‘발칙한 동거’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동거’라는 자극적인 주제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맞추어 나가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동거인의 수가 꼭 2명이 아닌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는 이유도, ‘우리 결혼했어요’와 차별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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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집중한 예능들②] 결과보다 과정을 ‘관찰’하는 시대
[스토리에 집중한 예능들③] ‘여행지’에서 풀어나가는 색다른 이야기/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사진=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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