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첫날 돌풍… 가입자 18만7000명·예적금 426억 몰려
2017.07.27 17:41
수정 : 2017.07.27 22:05기사원문
카카오뱅크가 27일 영업 첫날 가입자가 18만명을 넘어서고, 예·적금에 426억원이 몰리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앞서 지난 4월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를 6배 이상 앞지르면서 인터넷은행 간 경쟁에서도 앞서 나갔다. 인터넷은행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첫날, 케이뱅크 앞질렀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서울 반포동 세빛섬에서 출범식을 하고 오전 7시부터 영업을 시작, 12시간 후인 오후 7시 18만7000건의 신규 계좌가 개설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시중은행이 지난 한해동안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한 건수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사흘 만에 10만명을 돌파했으며, 시중은행이 지난해 한 해 동안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건수는 15만5천건에 불과하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여신액 145억원, 수신액 426억원이 몰렸다. 이 시간까지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한 횟수는 33만5000건에 달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시간당 2만1500명이 계좌개설을 했다"며 "오전에는 시간당 1만명씩 증가하던 신규계좌 개설수가 오후부터는 시간당 2만명꼴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앱은 오전 한때 가입자가 폭주하면서 가입이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이 가지고 있는 망보다 10배 정도 증폭을 했고, 최대 10만명 동시접속이 가능할 만큼 시스템을 확충했다"며 "계좌를 개설하려면 크레딧뷰로나 나이스신용평가 등 다른 기관에서 정보를 받아오는 과정이 필요한데, 해당 기관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날부터 케이뱅크를 앞지른 카카오뱅크의 장점은 모든 서비스가 모바일로만 이뤄진다는 것과 사용자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운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복잡한 은행을 모바일 안에 넣다보니 정보를 가장 단순히 압축하는 과정을 거쳤고, 기존에 불필요한 많은 것을 버렸다"며 "고급스러운 직관성이 카카오 앱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 이런 기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을 모두 갖춰 사용자 관점에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본금 확충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신 잔액이 케이뱅크보다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출 중단은 없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여신잔액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일부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이 대표는 "가입자가 최대 10만명까지 몰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설정해 대응하고 있어 자금조달과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다"며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가장 큰 역할이 계열사의 자금지원인 만큼 자본조달과 각종 은행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언제든 증자 등을 통한 자본투입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숙제
인터넷전문은행의 돌풍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카카오뱅크 출범식에 참석, 인터넷전문은행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금융권에 나올 수 있도록 금융업 인허가에 관한 전반적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주주 요건과 자본금 요건 외에 불필요한 인허가 요건을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해 ICT기업이나 핀테크업체들의 금융권 진입 문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혁신특별법으로 현재 진행 중인 테스트베드와 인허가 완화 방침을 법제화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금융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면 가격과 수수료가 낮아지고 금융서비스가 더 편리해지고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업 인허가 완화에 대해 "대주주 요건과 자본금 요건 외에 다른 부분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 "은산분리는 국회에서 해결해줘야 할 문제"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외에 은산분리 해결방안을 따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복합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을 통한 자본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되, 지분규제인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될 수 있는 만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협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ICT기업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한 금융서비스가 발전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대주주요건 완화 문제는 금융업 인허가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