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불청객 ‘빈집털이’ 기승

      2017.08.03 17:13   수정 : 2017.08.03 17:13기사원문
경기 부천시에 사는 주부 김모씨(34)는 얼마 전 남편 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동해로 여행을 다녀왔다. 즐거웠던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집에 들어선 순간 김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집이 비어있는 틈을 타 도둑이 들었던 것. 경찰에 신고한 뒤 확인해본 결과 결혼 패물과 아들 돌반지, 현금 300만원 정도가 없어졌다.

김씨는 "다시 생각해도 무섭고 살이 떨려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빈 집을 노려 절도행각을 벌이는 빈집털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행을 떠나 며칠씩 집을 비울 경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7~8월 빈집털이 범죄 빈발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 빈집털이 범죄는 평소에 비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년간 7~8월 전국에서 발생한 빈집털이는 2014년 3637건, 2015년 2741건, 2016년 1833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절도사건이 줄면서 빈집털이도 줄었지만 여전히 절도사건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특히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빈집털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진다.

빈집털이범은 흔히 열린 창문을 이용하거나 방범용 창살을 손괴하는 등의 수법으로 빈집에 침입한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고층도 안심할 수 없다. 계단 창문을 통해 베란다로 넘어가 침입하기도 하고 옥상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오기도 한다.

경찰은 최근 A씨(62)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모 빌라 1층의 열려 있던 화장실 창문을 통해 빈집에 침입, 55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다. A씨는 서울과 경기 일대 주택가에서 같은 수법으로 총 4회에 걸쳐 9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경우 집에 있다가 빈집털이범과 맞닥뜨리면 강도나 성폭행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난 2013년 서울 동대문구와 강동구 등에서 상습적으로 빈집을 털다 경찰에 붙잡힌 B씨는 집에 있던 여성들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경찰에서 "여성이 신고하지 못하게 할 목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집사전예약 순찰제 활용하면 도움

경찰은 휴가철 빈집털이에 대비해 철저히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휴가를 떠나기 전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우유 투입구나 출입문에 달린 렌즈 등 외부와 연결된 틈은 차단하는 것이 좋다. 잠시 집을 비울 때도 출입문, 창문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빈집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TV나 라디오 예약기능을 활용하고 집 전화는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해 빈집처럼 보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나 신문, 전단 등이 문 앞에 쌓이지 않도록 주변 이웃에게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의 경우 건물 외부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오는 절도범에 대비해 가스관에 철망을 씌우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가까운 지구대나 파출소에 연락해 순찰을 요청하는 빈집사전예약 순찰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무심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휴가 일정을 올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최근에는 SNS로 확인한 휴가 정보를 악용한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휴가 떠나기 전에 현관문은 물론이고 화장실 창문과 베란다 창문 등 모든 문은 다 확실히 걸어 잠그는 게 최선"이라면서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집에 침입한 흔적이 보이는 경우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고 현장을 그대로 둔 채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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