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린 속 '헬리코박터균' 너 때문이야
2017.08.24 19:51
수정 : 2017.08.24 19:51기사원문
속이 더부룩하거나 쓰리면 위염이나 위궤양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 때문에 위염에 자주 걸리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는 24일 "위궤양은 위장 점막이 흡연, 스트레스, 약제, 헬리코박터균 감염, 악성종양 등에 의해 손상돼 가장 표면에 있는 점막층보다 깊이 파이면서 점막근층 이상으로 손상이 진행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위 벽은 다섯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위점막층' 이다. 위점막층은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위점막층이 손상돼 염증이 생겨 위산이 닿으면 아프거나 쓰린 증상이 위염이다.
위궤양은 위의 두 번째 층인 점막하층까지 손상된 상태로 점막에 약 5㎜ 이상 파인듯한 형태의 상처가 생기는 질환이다. 위염이 심해지면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연간 발생률은 0.10~0.19%이며 연간 유병률은 0.12~1.50%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위장 질환의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위궤양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약 1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또 위궤양 환자에서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56.8%로 높게 나타난다.
■위궤양 왜 발생하나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식도를 통과해 위장에 도착해 위산에 의해 잘게 부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위장은 위산, 각종 소화효소, 담즙, 복용한 약물, 알코올 등 세포를 손상시키는 공격인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몸은 이러한 공격인자에 대한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 깨질 때 위장의 점막이 손상되고 궤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위산 분비보다 위장 점막의 변화가 위궤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위장에서 십이지장으로 음식이 넘어가는 유문부위의 압력이 증가돼 위 내용물의 배출이 늦어지는 것도 발병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장에 감염되는 세균이므로 이러한 현상에 모두 관여해 위궤양을 일으킨다. 이외 진통제(해열.진통.소염제)도 영향을 미친다. 위 점막 세포층의 재생과 기능을 조절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생성 과정이 진통제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에 점막이 손상돼 궤양이 발생하기도 한다.
흡연은 위장 점막세포의 재생과 점막하 조직의 혈액순환 등에 장애를 가져오므로 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흡연자에서는 위궤양에 의한 천공, 출혈 등의 합병증 발생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쓰림이 대표적인 증상
위궤양은 속쓰림, 메스꺼움, 체중감소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체중감소가 있는 사람에게 위궤양이 발견되면 악성 궤양인지를 반드시 감별 진단해야 한다. 위궤양으로 인해 장출혈, 토혈, 흑색변,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적인 궤양은 장폐색이 나타나 구토, 체한 증상 등이 지속될 수 있다. 궤양 천공(구멍)이 생기면 급성 복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위궤양이 의심되면 위내시경검사로 육안적 관찰과 조직검사를 해 확인해야 한다. 또 헬리코박터균 유무도 조직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위궤양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위암과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치유 과정도 추적 내시경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전에는 조영제를 먹고 방사선으로 위장 점막에 궤양이 있는지 확인하는 위장조영술검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장조영술의 진단 정확도가 내시경보다 떨어지고 궤양이 발견된 경우 악성인지 감별할 수 있는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위궤양의 합병증에 의한 협착 등으로 내시경 검사로 관찰하기 어려운 경우 도움이 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 치료가 관건
위궤양은 우선 궤양과 연관된 통증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조절한다. 그 다음에는 궤양을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위궤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사용한다. 위산분비 억제제, 궤양의 치유를 돕는 점막 보호인자 등의 약물이 사용되며 4~8주간 복용한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50~60%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를 위산억제제를 포함해 1~2주간 복용한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다 중간에 임의로 끊게 되면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번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치료기간이 2~3배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
만약 출혈, 위출구폐색, 장천공 등의 합병증이 생겼다면 내시경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 치료까지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합병증은 위궤양으로 인한 출혈(피를 토하거나 흑색변, 혈변 등이 나타남)은 60세 이후에 잘 발생하며 흡연자,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또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된 부위인 유문부에 재발성 궤양이 있는 경우에는 부종과 염증으로 인해 위장에서 음식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위출구 폐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출혈 합병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항혈전제, 혈전용해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면 출혈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약물 복용 전 반드시 담당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위점막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는 알코올이나 불필요한 약물 복용도 피해야 한다.
위궤양 환자에게 특별히 피해야 하거나 적극 섭취해야 하는 음식은 별로 없다. 하지만 적절한 식사량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