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중위 순직 인정’ 국방개혁 신호탄 되나
2017.09.01 17:36
수정 : 2017.09.01 17:54기사원문
그러나 과거 노무현정부도 군 인권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지만 군내의 보이지 않는 저항에 부딪혀 완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선례가 있는 만큼 군 인권 개선을 통한 국방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군의문사 관련 국방부 조치는 환영…군사법 개혁 필요
국방부는 1일 장기간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던 고 김훈 중위를 비롯해 군 내에서 타살인지 자살이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군 의문사자'를 순직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 장병 인권보호에 앞장서온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최근 불거져 나온 '군갑질'과 군 의문사자 명예회복에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정부가 군 인권 문제를 효시로 국방개혁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는 더 많은 시간을 두고 봐야 할 문제이며,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또 "송 장관의 군 인권 개선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군 사법당국을 비롯해 군 내부에는 여전히 통제되지 않는 지뢰들이 많다"면서 "예컨대 박찬주 대장 갑질사건을 군인권센터가 폭로했을 때 군 수사당국은 압수수색영장 없이 현장을 내려갔다. 이런 부분은 여전히 군 고위층에 대한 '봐주기식 수사'가 남아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뇌만 바뀌었더라도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상당한 인적 쇄신과 국방부 내부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언제든 암초와 지뢰에 봉착할 것"이라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군 인권 개선을 통한 국방개혁을 추진했지만,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군 사법개혁과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비롯한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망사건, 오 대위 자살사건들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도 군 의문사를 비롯한 군 인권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결방법으로 군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사건사고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군 내부(국방부조사본부)에 의존하는 군 사법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군 인권개선 통한 국방개혁 정부만의 힘으로는 어려워
한편 군 의문사와 관련해 국회는 군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 전원을 순직자로 인정하고 의무복무 중 순직한 군인의 아들·형제의 군복무를 면제해주는 군인사법-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이등병의 엄마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 국방위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정부가 군 인권개선을 통한 국방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정기획자문위나 정부 보고서에는 군 사법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정부는 아직까지 군 사법제도 등 구조적 개혁에 대한 계획을 내놓은 적이 없기 때문에 군을 인권친화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구조적으로 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송 장관이 취임 이전부터 군 의문사와 군 인권개선을 통한 군인명예 살리기와 대민신뢰 구축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면서도 "이번 정부가 군 인권개선을 통해 군내 적폐를 잡아내고 국방개혁을 이끌 중요한 기회로 보기 때문에 국민적 힘 실어주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