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 위해 이민자 수용 "노동력 확보" vs. "사회갈등"
2017.09.04 17:28
수정 : 2017.09.04 17:28기사원문
다만 이민 적극 수용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국민정서'가 걸림돌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 국민의 특성상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거부감을 부추기고 있다. 자칫 비경제적 사회적 갈등비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오히려 이민자들이 번 돈을 쓰지 않고 외국에 송금하는 등 소득이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전반적 사회복지비용 지출만 늘릴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민으로 노동력 감소 대응"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26명(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으로, 1년 단위로 환산하면 1.04명에 불과했다. 2005년(1.076명)을 넘어선 사상 최저치다. 올해 6월까지 출생아 수도 18만8500명에 그쳐 상반기 기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대로 가다간 당초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시점인 2032년보다 8년 이른 2024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해외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동공급을 늘려 인력난을 해소하는 한편 고령화로 인한 수요 감소를 완화할 수 있다. 또 조세기반을 확충해 내수를 촉진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세계적 경제석학으로 손꼽히는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순이민율(전체 인구 대비 순유입된 이민자 수의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960년대 이후 젊은층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며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했던 독일은 지난 1990년 통합이민법을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이민자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생산인력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2005년 새 이민법에는 '독일은 이민국가'라는 문구도 적시했다. 2012년에는 '고학력자의 이민을 쉽게 하는 EU 지침'을 시행한 데 이어 2013년부터 해외 전문인력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전문가 이니셔티브' 정책을 펼쳤다. 언어교육, 문화교육 등을 통해 일시적 대책이 아닌 장기적 사회통합에도 주력했다. 현재 독일 총인구 중 이민자 비중은 13%(2010년 기준)를 넘어섰고, 인구는 8280만명(2016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노무현정부 시절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는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라면서 "뿌리가 같은 조선족, 고려인들은 1세대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이민을 대거 수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종 간 사회갈등 가능성도"
그러나 단일민족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이민자 유입정책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높다. 언어, 문화가 각기 다른 다양한 인종이 유입됨에 따라 여러 사회적 갈등을 촉발하는 등 사회통합 비용이 편익을 추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해 1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 이민에 따른 문화쇼크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민에 대해 우리보다 개방적인 유럽에서도 이민자.난민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추세다.
최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범죄가 늘어난 것도 반이민 정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실제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는 4만3700여명으로, 지난 2012년 말 2만4300여명보다 79.5%나 증가했다. 2016년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4만9441명으로, 10년 전인 2006년(91만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단순히 노동력 공급만을 위한 이민정책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로 저소득층, 비숙련직으로 구성된 신규 이민자가 유입되면 저소득층 간 취업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주민은 상대적으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사회복지비용을 크게 늘려 공공재정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수많은 이민자가 한국으로 와 자녀를 낳게 되면 기본소득 보장, 의료보험 등 지급되는 사회복지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 이민정책은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