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자체 지원금 논란

      2017.09.06 17:23   수정 : 2017.09.06 17:48기사원문

"시골 남성들에 대한 매매혼 지원금 지급 중지를 바랍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일부 지자체에서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지원 사업을 벌이는 데 대해 이름만 국제결혼일 뿐 사실상 외국인 여성을 돈으로 사오는 매매혼이나 다름 없다며 여성인권 차원에서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청원은 6일 현재 7500여명이 참여했다.



■"사실상 매매혼.. 근본적 문제 해결을"

한국 사회는 20여년 전부터 농촌 총각들 결혼 문제를 해결한다며 정부와 민간이 나서 국제결혼으로 눈을 돌렸다. 농촌 총각들의 배필은 대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온 가난한 집안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최근 농촌의 결혼적령기 남성이 급감하면서 국제결혼 열풍이 한 풀 꺾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지자체가 자체 조례안에 따라 지역에서 1~3년 이상 거주한 35~50세 남성에게 500만원 안팎의 국제결혼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자는 "시골 총각들의 매매혼이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인신매매와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 팔리는 존재가 여성, 사는 존재는 남성으로 한정돼 여성인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인신매매가 국가적으로 장려될 수 있나. 외국에서 사온 신부를 자신이 산 물건으로 인식해 외국인 신부에 대한 폭행도 끊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올 6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A씨가 시아버지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7년 전 부산에서 한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도 그 베트남 이주여성일 수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인물이다.

국제결혼 지원금 제도에 대한 지적은 농촌 현장의 여성 농민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 한 농민은 "농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채 여성 농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대한 고단함을 사회적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분위기에서 총각 결혼만 목적으로 펴는 정책에 여성 농민들은 분노했다"고 전했다.

■"인구 유지 위해 불가피".. 지원대상 확대도

국제결혼 지원 사업을 벌이는 지자체는 외국인 반려자를 찾아야만 신혼의 단꿈을 꿀 수 있는 농촌 총각 상황을 감안하면 지원해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많이 들려야 인구가 유지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판단에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농촌에 오는 것을 기피하면서 농촌 총각이 너무 많아졌고 이들은 결혼이 절실한 문제"라며 "매매혼 논란을 우려해 이제는 남녀간 나이차가 20살 이상이면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는데 이제 와서 매매혼이라고 하면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라며 "이주여성들의 빠른 정착을 위해 한국어 교육과 함께 한국 문화, 육아 방법 등을 전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조례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중앙부처에서 규제할 수는 없다"며 "2012년부터 만 18세 미만에 대한 국제결혼 중개행위와 단체맞선, 맞선을 위한 집단기숙 금지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해 예전보다 나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지자체는 농촌 총각에게 주던 결혼자금을 여성까지 확대했다. 충북 영동군은 30세 이상 미혼 남성 농업인으로 제한했던 결혼비용 지원 대상을 올해부터 남녀 구분 없이 20세 이상 50세 이하 농어업인으로 변경했다.
성차별 논쟁을 없애면서 가임 연령층을 1명이라도 더 결혼시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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