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땐 로또" 시세보다 싼 분양가, 강남권 청약열기 불지폈다

      2017.09.11 17:47   수정 : 2017.09.11 17:47기사원문


정부가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을 겨냥해 전방위적 규제를 내놓으면서 이 같은 정책이 오히려 '강남 부동산 불패론'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8.2대책 발표 이후 정부가 강남 신규 단지에 고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고 이로 인해 분양예정 단지들이 분양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아진 분양가는 청약해 당첨만 되면 향후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해 '로또청약'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대출 규제와 상관없는 서울 강남권 '큰손'이라는 분석도 있다. 분양가 하향 조정이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보다는 "여전히 강남 부동산 시장은 뜨겁다"는 현실만 재확인시킨 채 여유자금을 가진 투자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햐향조정으로 강남권 주택시장 더 '과열'

11일 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서울 강남권을 겨냥한 분양가상한제 등 각종 규제가 오히려 이 지역 시장 열기를 더욱 달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는 낮아졌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되면서 대출 규제에 발묶인 강남권 실수요자는 이 주택을 청약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일대 여유자금을 가진 투자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으로 위축됐던 강남권 주택시장 열기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강남에서 저렴하고 좋은 단지라고 홍보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아파트 공급량이 적은 상황에서 분양가를 하향 조정하는 것은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없다. 특히 강남은 과거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지만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곳"이라면서 "국민을 '로또 청약' 대열로 줄 세우는 게 정부의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출규제를 강화해 강남 실수요자 대신 돈 있는 이들만 (아파트를) 가져가게 생겼다"면서 "임대주택 공급 등 주택공급정책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은 정비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신규 공급할 수 있는 공급루트가 다양하지 않다"면서 "그렇다보니 주택 희소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고,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아예 주택을 장기보유하거나 자본이 있는 사람에게는 저평가된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는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강남권 신규 분양단지, '제2의 로또 아파트' 될까

앞서 분양에 나선 서울 강남권 신규 단지들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만큼 앞으로 분양되는 단지들도 당분간 분양가 하향 조정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의 전망이다. '로또 청약' 논란이 또 한번 재현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일과 8일과 각각 공급된 신반포센트럴자이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당초 예상보다 수백만원가량 낮은 4250만원과 4160만원(HUG기준)으로 책정된 바 있다.

현재 강남권에서 분양을 앞둔 곳은 서울 서초구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9월)와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10월)이다. 오는 15일 분양하는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는 지하 6층~지상 33층 4개동, 798가구 규모로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고덕 아르테온은 지하 3층~지상 34층 4066가구의 대단지다.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서초 센트럴 아이파크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높지 않은 3200만원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앞으로도 HUG에서 분양보증 발급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는 분위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덕 아르테온도 올해 초 분양한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2235만원)나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2200만원)의 3.3㎡당 평균 분양가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는 지배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가는) 민감한 부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최근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는 분위기를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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