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 치사

      2017.09.13 11:29   수정 : 2017.09.13 11:29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부활한 대한민국 해양경찰에 국민의 명령을 전한다"며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천 중구 인천항 해경전용부두에서 열린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해경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더욱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를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달라"면서 "무사안일주의, 해상근무를 피하는 보신주의, 인원수를 늘리고 예산만 키우는 관료주의 등 모든 잘못된 문화를 철저하게 청산해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만 생각하는 '국민의 해경'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 치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양경찰 여러분, 인천시민과 해양수산 종사자 여러분,
예순 네 해를 맞은 해양경찰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해양경찰청 재출범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한 만큼 해양경찰 여러분의 감회가 남다를 것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해양경찰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경은 1953년 창설 이후 바다의 안전과 주권 수호, 조난 구조와 오염방제 임무수행에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1996년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선포와 함께 해양수산부의 외청으로 독립한 이후에는 두 배 이상 넓어진 우리 바다를 지켜 왔습니다.

1953년 겨우 여섯척의 소형 경비정과 658명의 대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5천톤급 대형 함정을 포함한 314척의 함정과 1만 2천여 명의 인력이 우리 바다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경비함정과 구조대 등 최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해양경찰관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우리 바다를 지키다 순직하신 고 오진석 경감, 박경조 경위, 이청호 경사를 비롯한 해양경찰관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해양경찰 여러분!
그러나 3년 전 해경은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 때문에 조직 해체라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친구들을 두고 생존한 학생들은 구조된 것이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도 내리지 않은 채 선장과 선원들이 무책임하게 빠져나왔을 때 해경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국민들은 지금도 묻고 있습니다.

이후 해경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구조 조직을 갖추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했습니다. 많은 훈련을 통해 재난대응역량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더욱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부활한 대한민국 해양경찰에 국민의 명령을 전합니다.

첫째,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해경이 완벽하게 책임져야 합니다.

국민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습니다.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만 생각하는 '국민의 해경'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무사안일주의, 해상근무를 피하는 보신주의, 인원수를 늘리고 예산만 키우는 관료주의 등 모든 잘못된 문화를 철저하게 청산해야 합니다.

둘째, "이제 우리 바다는 안전한가?"라는 국민의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바다에서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어야 합니다.

세월호 구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복기하고 검토하여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해수부, 행안부, 국토부, 소방청, 해군, 지자체 등 관련 국가기관들과 협업·공조 체계를 갖추어 현장 지휘 역량을 빈틈없이 구축해 주기 바랍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과 재해를 예방하고, 우리 국민을 완벽하게 구조해내는 든든한 해양경찰로 우뚝 서리라 믿고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오시는 길이 많이 힘겹고 괴로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픈 마음을 누르고 새 출발하는 해양경찰의 앞날을 축하하는 이유도 이런 믿음과 기대 때문일 것입니다.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의 해경'으로 거듭나는 해경의 앞날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해양경찰 여러분,
저는 오늘, 국민 안전을 위한 혁신 노력과 함께 몇 가지 당부를 더 드리고자 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바다는 안보이자, 경제이며, 민생입니다.

바다 영토와 주권 수호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독도, 이어도 등 외곽 도서 경비체계를 더욱 강화하여 어떤 세력도 우리 바다를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해양 안보에 있어서도 해군, 외교·안보 기관들과 협업·공조 체계를 더욱 활성화하여 국가 안보체계의 한 축으로서 해경의 역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수출물량의 99.7%가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가고 있습니다.

세계 6위 수출대국 대한민국의 바닷길 안전을 해경이 완벽하게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 어민의 민생을 위협하고, 소중한 어업자원을 고갈시키는 외국어선의 불법조업도 철저히 차단하고 엄중하게 단속해야 합니다.

연안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체계도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들 스스로,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해양안전교육을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해양오염 방제 활동에도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랍니다.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의 아픈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해양오염 사고는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고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해양오염 방제에는 해경이 대체 불가능한 전문기관이라는 자세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경찰청에서 이관 받은 수사·정보 기능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합니다.

어민들이 경찰청과 해경으로부터 이중조사를 받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경찰청과 해경 사이에 업무 관할을 분명히 하면서 공조 체계를 잘 갖춰줄 것을 특별히 당부합니다.

사랑하는 해양경찰 여러분,
우리는 바다에서 미래를 찾아야 합니다.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을 개발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가야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가 바다를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갔을 때 국운이 융성하고 강국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조선 수주잔량 2위, 선박 보유규모 5위, 양식수산물 생산량 7위 등 세계 12위권 해양강국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국토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광활한 바다를 관리하고 지키는 해양경찰 여러분 어깨에 해양선진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해양경찰청 재출범을 계기로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강인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발전해 가길 바랍니다.

세월호를 영원한 교훈으로 삼아주십시오.

여러분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안전한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어 주십시오.

정부도 해양경찰의 발전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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