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전 장관의 별난 '대통령 생각 요리법'...내가 만난 4명 대통령
2017.09.23 10:02
수정 : 2017.09.23 11:06기사원문
전현직 국회의원 중 가장 별난 사람을 꼽으라면 4선 의원 출신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으뜸이다.
이 전 장관은 정치 일선에 있을때부터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창의적이고 별난 아이디어를 내 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 전 장관이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을 때 유전공학법, 항공우주산업법, 영재교육진흥법, 뇌연구촉진법 등 여러 법안을 제안하면서 많은 정치업적을 남겼다는 게 그 이유였다.
올해 팔순을 맞는 이 전 장관은 정치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저서와 재단 연구를 통해 한국정치, 과학, 경제 발전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그를 직접 만난 이들은 팔순의 이 전 장관이 여전히 생각은 소년처럼 순수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의 머리속은 항상 호기심속에 별난 아이디어들로 꽉 차 있다.
그는 검정고시를 치르고 서울대 약대에 입학했다. 자신이 약골이라서 약학을 공부해 세계적인 치료제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호기심에서 였다. 또한 아이디어를 특허로 출원하는 변리사 시험에도 도전해 합격했고 한국 발명을 책임지는 변리사회장도 지냈다.
이 전 장관은 최근에는 현 기술보다 1000배 이상 안전한 소형 원전기술로 거대 에너지경제에 도전하자고 역설하고 있다.
또 원자력 추진 조선(造船)산업으로 해양경제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중이다. 뿐만 아니라 육상원전보다 해상 원전선박을 건조해 원전 수출 대국이 돼야 한다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20년 전에 이미 '십만해커양병론'을 외친 바 있다. 그는 최근에는 남녀 국민개병제로 4차산업혁명의 전자군복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 등을 쏟아내고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은 인간과 인간과의 전쟁이 아니라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세계전쟁이라는 독특한 생각을 지녔다.
엄숙한 정치 일선에선 그를 괴짜라고 생각하지만 국가의 중대한 정책이 실제 이뤄진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4명의 대통령들에게 과학, 정치, 경제사에게 중대한 아이디어를 제안을 해 성공시킨 일화가 많다. 그가 대통령에게 제안한 아이디어들은 당시에는 이상하고 희안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현재에는 당연한 것들이다.
이 전 장관은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의 4명의 대통령들에게 당파와 정치성향과 상관 없이 다양한 창조적인 국정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래서 제 11·12·15·16대 국회의원, 과기처 장관 등을 지내면서 역대 대통령들에게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국정 아이디어를 제공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 전 장관은 올해 팔순을 기념하기 위해 '대통령 생각 요리법'이라는 자서전 성격의 신간을 출간했다. 이 전 장관은 신간에서 역대 대통령에게 중대 정책 제안과정에서 벌어진 에피소드 등을 담았다.
이 전 장관이 한국발명진흥회 회장을 맡았을 때, 당시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었다. '발명의 날' 축사를 정부 차관이 하던 관례를 깨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고 하자, 진흥회는 발칵 뒤집혔다.
더구나 이 전 장관은 야당 소속이었다. 축사를 끝낸 대통령이 은밀히 그를 불렀다. "더 필요한 건 없소" 실은 막역한 관계였던 이 전 장관이 바로 답했다. "'1국민 1발명'을 위해 발명 본거지가 필요합니다. 회관을 지어주세요." "얼마 들겠냐"고 묻자 그는 5000억원을 불렀다. "이게 바로 인천상륙작전 비용입니다. 각하." 결국 강남 테헤란로에 발명진흥회는 3000억원 예산을 들여 빌딩 하나를 짓게 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 에피소드도 있다. 당시 그는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장관급)이었다. 한달에 한번 1시간 독대보고를 했던 그는 어느날 과학기술원 설립을 제안했다. "각하, 광주민주화 후유증 어떻게 푸실겁니까. 지금 드골방식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물었다. "그게 과학기술원하고 무슨 상관이오." 그의 대답. "구속과 장애를 거부하는 거리의 정치에너지는 개척과 창조의 에너지로 바꿀수 있게 해야 합니다. 광주에 과학기술원이 필요합니다." 독대후 7분만에 그의 제안은 대통령 승인이 떨어졌다.
이 전 장관은 전두환 대통령을 설득해 간염백신 개발로 연간 4000억 원의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전 대통령에게 "우리는 6.25전쟁 때 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간염 전쟁 중입니다. 인구의 12%가 간염보균자입니다. 무기국산화가 절실합니다. 그것은 간염백신 국산화입니다. 각하의 결단으로 가능합니다. 한국의 파스퇴르 총사령관이 되십시오"라고 말했다.
또 노태우 대통령을 설득해 항공우주산업 육성법 제정으로 우리의 방위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게 했다. 노 대통령에게 " 방위산업은 국방력 강화와 민수산업발전의 견인차라 합니다. 이를 실현한 분이 링컨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의 링컨 대통령이 되십시오" 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통령 보고에 달인이었던 사람 중 한명이다. "대통령 설득에 중요 밑천은 솔깃한 이야기다. 1분내 웃게 못만들면 그건 꽝"이라는 게 그가 밝힌 비결이다.
이 전 장관은 4명의 대통령과 인연을 통해서 느낀 통수권자의 덕목도 소개한다. 대통령은 죽음을 각오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은 인기가 바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대통령은 외교나 안보 과학 교육 등 큰 일 들만 직접하고 나머지 일은 총리와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