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예방이요? 계속 보는 수 밖에 없어요"… 애견호텔 가보니
2017.09.26 09:00
수정 : 2017.09.26 09:00기사원문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애견호텔에서 대형견종 시베리아허스키가 소형견종 비숑프리제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피해 견주와 가해 견주 그리고 애견호텔 간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큰 이슈가 됐다.
CCTV를 통해 공개된 당시 모습은 참혹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업태에 따라 카페형 애견호텔, 전문 애견호텔 두 곳을 방문해 애견호텔의 시설 환경과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 애견 카페, ‘개 경찰관’이 따로 없는 하루 일과
“샤론, 샤론 안돼!” 이모 씨가 소리쳤다. 샤론(푸들)의 주인 또한 달려드는 반려견을 들어 올리며 말렸다. 24일 주말 오후 서울 용산구의 애견카페 겸 호텔 업체 ‘펫○○’를 찾았다. 기자가 철문으로 된 카페 입구에 도착하자 사장은 “기다리세요”라며 뛰어온다. 그리고 이중 철문을 열면서 안내했다. 이중 철문은 반려견이 사람을 따라 카페 밖으로 튀어 나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카페는 한 마디로 ‘개판’이었다. 반려견은 원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았다. 이날 카페에는 외국인 5명을 포함한 손님 10여 명이 자리 잡고 있었고 총 13마리 반려견이 보였다. 반려견은 모두 손님이 데려온 개다. 개들은 누가 주인이고 손님이랄 것도 없이 사람만 보면 달려들었다. 낯선 사람일수록 더 안기고 올라타고 핥았다.
이곳은 카페와 호텔을 겸한다. 호텔에 맡겨진 반려견은 밤 시간에만 개집에 넣어 보관하고 낮 시간에는 손님의 개들와 함께 소형견과 중형견 구분 없이 뒤엉켰다. 앞서 '노원구 소형견 도살 사고'에서 지적됐던 대형견과 소형견의 격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은 아쉬움을 줬다. 하지만 카페 업주 입장에서 보자면 소규모 실내 공간을 둘로 나누기도 어렵거니와 카페 영업이 주 수입원인 만큼 대형견을 데리고 오는 손님을 가려 받기엔 한 푼의 수익이 아쉬울 판이다.
이점을 의식한 이 씨는 항시 감시 체재로 사고를 예방하고 있었다. 사장인 이 씨와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청소를 하거나 손님을 응대를 한다면 다른 한 명은 보초를 서 듯 늘 개들을 주시했다.
이 씨는 “애견카페 운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안전과 위생이에요”라면서 “손님들이 안전하게 놀다 가실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인터뷰 중에서도 눈은 개들에게 가 있었다. 그리고 말을 하다 말고는 갑자기 개 이름을 불러 대는가 하면 물걸레를 들고 왔다 갔다 했다. 청결을 유지하고 개들의 행동을 항상 주시하면서 특성을 파악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다.
그는 “노원구의 사고를 보면 같은 업종으로서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울 따름이에요”라면서 “개는 항상 한 명이라도 지켜봐야 해요. 하지만 직원을 들일수록 한 명당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요”라고 전했다.
이곳은 두 명이 예의주시하지만 몇 번의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한 날은 얼굴을 알고 지내는 외국인 손님의 보스턴테리어가 반갑다고 다른 손님을 달려들면서 코를 살짝 물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가해 견주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손님끼리 사고가 났을 때만큼 난감하고 불편한 일도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곳을 찾은 한 닥스훈트 견주는 반려견에 대한 사회인식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개를 키우면서 긁히고 물고 하는 상처는 늘 있죠. 그런 만큼 모든 견주는 제발 ‘내 개는 안 물어요’라고 안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나한테 안 무는 거지 다른 사람이나 개들한테는 어찌하는지 우리는 모두 몰라요”라며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도 개를 보고 너무 쉽게 손을 내밀어요. 하지만 준비가 안된 개들이 공격성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요”라고 덧붙였다.
■ 애초부터 대형견을 받지 않는 서초구의 애견 전문호텔
서초구 애견 전문 호텔 ‘윤○○’ 사장 김도윤 씨는 “강남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우리 가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만남과 동시에 강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갖춘 넓은 실내 공간과 더불어 앞마당과 2층에 인조잔디를 깔아 야외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매장 안에는 눈으로 보기에도 약 20마리의 개가 뛰어다녔다. 상대적으로 높은 케어 비용임에도 이미 예약은 추석 연휴는 물론 내년 초까지 가득 찼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김 씨가 밝힌 첫 번째 운영 철칙은 애초부터 10kg 이상 대형견을 받지 않는 것이다. 대형견은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일정 수익을 포기하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는 호텔에서 분양과 카페를 동시에 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호텔은 카페만큼이나 예쁜 인테리어를 가졌지만 음료를 파는 카페를 겸업하지 않았다. 그는 “애견 사업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인데, 다양한 곳에서 강아지가 오는 만큼 질병 바이러스가 옮길 가능성이 매우 높고 감당할 수 없는 개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분명 사고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사고 하나로 가게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경시하지 않았다.
또 넓은 실내공간이 개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 씨 부부는 이곳을 관리하기 위해 2층 구조의 매장 한편에 방을 마련해 24시간 개들과 상주한다. 새벽에도 잠을 자지 않는 반려견을 위해 간식을 챙겨 준다. 낮 시간에는 때에 따라 한 명 내지 두 명의 아르바이트를 두고 있다. 김 씨는 “수익성을 보고 무턱대고 뛰어들면 큰 코 다쳐요. 우리는 명절도 주말도 없어요”라고 밝혔다.
이곳의 애로사항은 반려견이 아니라 일명 '진상 손님'이었다. 그는 “반려견보다 손님을 상대하는 일이 더 힘들어요”라면서 그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고 혀를 끌끌 찼다. 한 번은 약간 초조해 보이는 손님이 새끼 시바를 맡겼는데 나중에 이 개가 온 개들을 다 물어 놨더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시바는 호텔 이곳저곳에서 거부 당했다가 결국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에서도 똑같이 다른 개를 물었던 것이다.
또 이따금씩 새벽 시간에 손님에게서 전화가 와 '내 개가 보고 싶다’면서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와 달라는 일도 있었다. 그는 "우리는 고객 카드에 고객과 개의 특이 사항을 꼼꼼히 메모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고객이나 다른 개들에게 피해를 주는 개는 다시 받기가 쉽지 않아요"라고 남겼다.
황당한 일은 또 있다. 가끔 손님 중에 개를 유기 목적으로 이곳에 맡긴다는 것이다. 한 손님은 예약 날이 지나도 개를 찾아가지 않길래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라 뜨더라는 것이다. 또 어떤 손님은 석 달이 지나서야 개를 찾으러 왔는데 그동안 쌓인 호텔비를 달라 하니 그대로 끊어버렸다고 털어놨다.
■ 업주의 경영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수익과 안전의 균형
일각에선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점은 두 가지다. 대형견과 소형견의 격리을 수용하지 않은 점과 업체의 반려견 감시 부족이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대형견과 소형견들이 한 공간에 머물러 있었으며 직원도 자리에 없었다. 최소한의 사고 예방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관리 상태가 불러온 참사였다.
첫 번째 방문한 곳에선 카페 영업이 주 수입원인 만큼 개를 가려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 1인 이상이 항시 감시하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왔다. 또 견주가 자리를 함께하기에 사고율은 낮아 보인다. 두 번째 애견 전문호텔의 경우 애초부터 대형견을 받지 않았다. 그 외에도 나름의 철저한 운영 철칙을 시행해 사고를 예방하고 있었다.
아주 단편적인 두 사례를 살펴봤지만, 결국 애견 사업 업체들은 여전히 제도의 뒷받침 하나 없이 업주의 경영에 따라 수익과 안전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었다.
한편, 지난 3월 21일 주무부처인 농링축산식품부는 동물학대 및 유기행위 처벌기준을 상향하고,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및 소유자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시행은 내년 3월 21일부터다.
이에 따라 영업 등록이 필요하지 않고도 사업장을 낼 수 있었던 애견호텔의 경우 등록제로 운행하고 농식품부령으로 규정한 시설·인력 기준, 준수사항 등을 시행해야 한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