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委 심의·조정 역할 그쳐…'옥상옥' 우려도
2017.09.26 19:41
수정 : 2017.09.26 22:25기사원문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설계할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벤처1세대'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ICT 업계 젊은 인재 19명이 4차 산업혁명위에 합류했지만, 이들을 향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4차 산업혁명위의 역할이 각 부처에서 가져온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데 그치면서 또 하나의 '옥상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이다.
■11월 중순 '4차 산업혁명 기본정책방향' 내놓겠다
4차 산업혁명위는 26일 서울 세종로 KT빌딩에서 장병규 위원장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민관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가졌다. 현판식 직전 비공개로 이뤄진 첫 간담회에선 향후 4차 산업혁명위 운영방향에 대한 의견이 오고갔다.
4차 산업혁명위는 다음 달 초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1차 회의를 가진 후, 11월 중순 경 4차 산업혁명 기본정책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후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과학기술.산업.고용.사회 등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시티 및 스마트 팩토리 등 전문분야별 혁신위원회와 특정 현안을 논의하는 특별위원회를 빠른 시일 내 구성할 방침이다.
■"자문기구에 불과, 정책 추진 일정만 지연시킬 터"
당초 4차 산업혁명위는 ICT 융합산업 정책을 추진할 때 장애가 되는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규제를 개선해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다. 위원으로 참여하는 각 부처 장관들의 이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위원장도 총리급으로 인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4차 산업혁명위가 각 부처에 끌려 다니면서 옥상옥 규제만 내놓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할이 각 부처의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ICT 융합의 산물인 자율주행차 육성책을 4차 산업혁명위에 가져올 경우, 민간위원 전문가들이 '차량공유 서비스 결합' 등을 아이디어로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확보와 법 개정, 각종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도로 정부안'으로 귀결되거나, 정책 추진 일정만 지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4차 산업혁명위 틀로는 민간자문기구 역할 밖에는 할 수 없다"며 "정부가 민간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다는 명분으로 4차 산업혁명위를 내세웠지만 결국 심의.조정 단계만 하나 더 늘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 형태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칭)' 설치가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병규 위원장, '팀플레이'로 리더십 한계 극복할까
인터넷.벤처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ICT 융합산업을 기반으로 독일경제를 되살린 '인더스트리 4.0'을 주도한 헤닝 카거만 SAP 전 회장처럼 민관을 아우를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장병규 위원장은 강력한 리더십이 아닌 팀플레이(협력)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각 부처가 준비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에 현장 목소리가 잘 담길 수 있도록 하는 게 1차 지향점이라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그동안 인터넷.벤처업계에서 책임감 있는 사람들과 팀플레이하면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며 "민관합동으로 이뤄진 4차 산업혁명위도 팀플레이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