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靑 지하벙커서 안보 브리핑… 초당적 협치 강조

      2017.09.27 22:31   수정 : 2017.09.27 22:31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를 고리로 국회에 협치의 손을 다시금 내밀었다.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취임 후 세 번째 여야 지도부 초청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최근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지적하며 "이런 때야말로 초당적 대처가 필요한 때가 아니냐"고 호소했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재차 촉구했다.

야당도 온도차는 있었으나 협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큰 틀에서 화답했다.

다만 지난 7월에 이어 이번에도 '제1야당 없는' 반쪽 회동에 그치면서 의미가 다소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손에 잡히는 성과를 기대했던 야당과 달리 청와대가 이번 회동을 국회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삼으면서 협치에 대한 논의도 일반론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文, 초록 넥타이로 安 맞이

문 대통령은 이날 여야 4당 대표들과 마주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달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새롭게 단장한 상춘재의 첫 귀빈으로 여야 대표를 맞이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권한대행, 이정미 정의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차례로 맞이한 문 대통령은 "사포질을 하고 들기름을 바르고 단장하면서 (상춘재가) 새로워졌다. 이 자리에 여러분을 모시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추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야당 대표와의 협치전(戰)을 위해 '목욕재계하고 기다린' 셈이다.

특히 국민의당 당색인 초록 넥타이를 멘 채 안 대표와 나란히 서있는 문 대통령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유력후보로 맞붙었던 문 대통령과 안 대표가 재회한 것은 4개월여 만이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협조해준 데 대한 감사의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회동이 안 대표의 부산 방문 일정에 맞춰 당초 오찬에서 만찬으로 늦춰졌다는 점도 국민의당과 안 대표를 대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5월과 7월 진행된 여야 지도부 회동은 모두 낮 시간에 열렸다.

본격적인 회동에 앞서 상춘재 앞뜰에서 차담회를 가진 문 대통령은 조금은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대화를 앞둔) 이 순간이 제일 어색하다"고 했고, 안 대표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실내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함께하며 안보 문제를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2시간10분여간의 상춘재 회동을 마친 뒤에는 '지하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이동해 안보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지하벙커 방문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만찬 중 즉석제의가 나오면서 성사됐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지하벙커로 안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엄중한 안보상황에서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피력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초당적 협치 물꼬 틀지 주목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불참했지만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초당적 협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야당을 찾아가는 등 국회와의 협치를 강조해왔으나 지난 4개월여간의 협치 성적표는 초라한 실정이다. 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인준부결사태를 겪은 뒤 김 대법원장 인준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힌 게 이를 방증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방문을 전후로 '초당적 협력'이라는 키워드를 수차례 반복 전달하며 국회와의 협치를 낮은 자세로 호소해왔다.

실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여야를 자주 만나 국정 전반을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날 청와대와 여야 4당이 합의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이 초당적 협치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제1야당의 부재가 가지는 한계점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회동을 '정치쇼'라고 규정한 한국당은 청와대의 협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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