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열흘 ‘황금연휴’, 모두 안녕하십니까?
2017.10.02 09:00
수정 : 2017.10.02 09:00기사원문
지난 9월 5일 국무회의를 통해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 연휴를 포함해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10일간 유례없는 황금연휴가 생겼다.
긴 연휴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의무적으로 쉴 수 있는 관공서 직장인들은 환호하고, 일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회사 눈치를 보고 있다.
■ 임시공휴일 지정은 어떻게 하나?
임시공휴일은 지정하고자 하는 관련 부처가 합당한 사유를 가지고 인사혁신처에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사혁신처는 안건을 상정하고 국무회의에서 내용을 가지고 합당한지를 판단해 합당하면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면 최종적으로 임시공휴일로 지정된다.
임시공휴일은 대통령령 제24828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관공서에 해당하는 국가 기관, 지방자치단체 기간, 공공기관 등은 법적 효력을 받아 의무적으로 휴무한다. 하지만 일반 기업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휴일을 부여하기 때문에 각 사의 취업규칙에 따라 휴무 여부가 달라진다.
■ 우리나라 첫 임시공휴일은?.. “임시공휴일 횟수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
우리나라의 첫 임시공휴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4·19 혁명’을 기념한 1962년 4월 19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같은 해 5월 16일 5·16 군사 정변을 ‘5·16 혁명 기념일’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임시 공휴일은 부인 육영수 여사의 국민장인 1974년 8월 19일, 본인의 국장일인 1979년 11월 3일도 있었다.
스포츠 행사를 기념하는 임시공휴일도 있었다. 제24회 서울 올림픽 개막일인 1988년 9월 17일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 개최를 기념한 7월 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2005년에는 특정 지역에만 임시공휴일이 있었다. 7월 27일 제주도에는 행정계층 구조 개편을 위한 주민 투표, 11월 2일 경주·군산·영덕·포항에서는 방폐장 선정을 위한 주민 투표, 11월 8일 부산에서는 APEC 정상 회의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
2006년 5월 31일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잠잠했던 임시공휴일은 13년 만인 2015년 8월 14일 다시 지정됐다. 광복절 70주년 및 메르스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을 위한 것으로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면제하고 각종 국립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서 조기 대선이 실시됐는데 임기 만료에 의한 대통령 선거가 아닌 보궐선거였기 때문에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것이다.
임시공휴일은 대부분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 등 각종 선거가 치러진 날이 약 70% 정도 됐다. 하지만 2006년 9월 공휴일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선거 관련된 날은 법정공휴일로 바뀌었다.
한편, 자료를 근거로 인사혁신처에 역대 임시공휴일 지정 횟수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인사혁신처에서는 공식적으로 임시공휴일 횟수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 적이 없다”며 “어느 특정 지역에 한정한 임시공휴일이 있기 때문에 보는 시각에 따라 임시공휴일 지정 횟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임시공휴일의 명과 암, ‘연휴 빈부격차’ 발생
한국노총이 지난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소속 조합원 1,2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모두 쉰다’라는 응답자는 61%(747명)로 집계됐다. ‘하루도 쉬지 못한다’라는 답변도 1.2%(15명)가 있었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근로자 4명 중 1명(23.8%·297명)은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 이유는 '직업 특성상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62%(184명)로 가장 많았고, '근로기준법이나 단체 협약상 휴일이 아니다'라는 응답도 14.5%(43명)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운수노동자 75.4%, 의료노동자 58.6%가 임시공휴일에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운수노동자들은 최장 열흘간 추석 연휴 중 평균 휴무 일수가 4.5일에 불과했다. 반면 금융·공공·사무직은 93.9%가 임시공휴일에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체 근로자 평균 휴무 일수는 8일로 집계됐다.
■ 황금연휴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의 속사정
충남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박필수(가명·34)씨에게 임시공휴일은 남의 일이다. 정부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해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2교대로 일을 하는 박씨는 “이제까지 임시공휴일에 쉬어 본 적이 없다”며 “어차피 임시공휴일은 그림의 떡이다. 법으로 모든 근로자들의 휴식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이충민(가명·33)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다. 이씨는 “남들이 쉴 때 일을 하려니 기분도 쳐지고 우울하다”며 “회사에서 보너스라도 줬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남규(가명·33)씨는 황금연휴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가뜩이나 요즘 장사하기 어려워 고민인데 열흘 연휴면 매출 타격이 더 커져 직원들 월급을 제때 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직 며칠을 일하고 쉴지 정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하다”며 “어쨌든 며칠이라도 영업을 하긴 할 텐데 명절에는 평소에 비해 손님이 30~40% 정도 오는데 이번 연휴는 너무 길어서 아예 발길조차 없을까 봐 한숨이 절로 난다”고 밝혔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관공서는 무조건 쉴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경제 타격 영향으로 울상이다. 일반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역시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휴식을 보장해 주는 것은 좋지만 상호 보완할 수 있는 근본적이 대책이 필요하다. 최장 열흘 ‘황금연휴’, 모두 안녕하십니까?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