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소주에 삼성의 스마트공장 기술이?

      2017.10.05 09:00   수정 : 2017.10.05 09:00기사원문


안동소주는 고려 시대 때부터 전승돼온 증류식 소주다. 예부터 임금에게 진상될 만큼 명성이 자자한 전통주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안동 소주 공장이라고 하면 으레 전통적 주조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모든 업체가 그런 건 아니다. 전통적 체험 공간과 현대적 설비가 조화를 이룬 명인안동소주(경북 안동시 풍산읍)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박재서 명인은 국내 최고(最古) 소주 명가 중 하나인 반남 박씨 가문 25대손으로 1995년 7월 나라에서 지정하는 '전통식품 명인 6호'가 됐다. '명인안동소주'란 이름으로 대규모 생산에 나선 건 1990년 5월, 제품은 1992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체계적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전통주 개념이 생소했을 때라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1995년 한 해 매출만 200억 원에 육박하던 시절도 있었을 정도. 박 명인의 뜻을 이어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아들 박찬관 명인안동소주 대표는 "자본금 40억에 직원을 86명이나 둔 적도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브랜드화(化)된 전통주가 속속 출시되며 명인안동소주의 매출은 조금씩 주춤하기 시작했다. 결국 박찬관 대표는 2010년 지나치게 큰 기존 사업장을 정리하고 풍산읍으로 이전, 정착했다. 그 사이, 매출은 10억 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시설과 인원도 한창 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변신을 시도했다.

대표적인 게 '상품 다변화'다. 안동소주는 본래 알코올 도수 45도일 때 맛과 향이 가장 좋다. 실제로 상당수 업체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45도 제품 단일 제조'를 고집해왔다. 하지만 박 대표는 날로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알코올 도수를 19도와 25도, 35도 등으로 달리한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운(運)도 따랐다. 2014년 한 커뮤니티 사용자 게시글에서 비롯된 일명 '안동소주 대란이 계기가 돼 회사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 늘어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확장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무렵, 박 대표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었다.

명인안동소주의 기술 멘토 중 한 명이었던 이상열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위원은 "크고 작은 난관이 겹친 상황에서 박 대표의 의지가 없었더라면 결실을 맺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라인 설치 단계에서 1주일에 이삼 일 가동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제작 지원' 절차를 구축,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대표적. 삼성전자 멘토진의 의견을 적극 청취한 덕에 설비 구축 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저렴하게(8500만 원) 완성할 수 있었다.

박찬관 대표가 꼽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의 최대 장점은 '생산 효율성 향상'이다.

"삼성전자를 만난 후 작업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 덕에 생산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성과는 매출 향상으로 이어졌죠. 스마트 공장 도입 전 10억 원에서 15억 원 사이를 오가던 매출이 올해는 25억 원, 많게는 30억 원까지 올라갈 것 같습니다.
"
박찬관 대표의 바람은 명인안동소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명주(名酒)로 거듭나는 것, 그리고 스마트공장으로의 혁신 경험을 다른 동종 업체에 최대한 널리 알리는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제조되는 우리 전통주를 보다 많은 소비자가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저와 저희 회사가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전통주 업체들이 기존의 폐쇄적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스마트하게' 바뀌도록 저부터 힘을 보태겠습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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