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선물로 전투식량을? 전투식량도 맛있을 수 있나?

      2017.10.02 09:10   수정 : 2017.10.02 09:26기사원문
서울 강남의 한 해운회사는 지난 9월 22일 한가위 선물로 직원들에게 전투식량이 들어 있는 전쟁가방을 나눠줘 화제가 됐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북 핵·미사일과 재해 등 안전 걱정이 높은 요즘에 먹고 나면 끝인 식용유나 햄 세트보다 유용해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투식량의 역사, 고대 비스켓에서 통조림까지
전투식량은 전쟁을 수행하는 전투원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제공하는 군수품이지만, 장병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군사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투식량의 역사는 인류사와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길다. 인류가 음식물을 저장하게 된 것이 전투식량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문헌상 가장 오래된 전투식량중 하나는 고래 로마군의 비스코티다. 오늘날 비스켓의 원조가 바로 비스코티다. 그러나 맛과 먹는법은 현대의 비스켓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비스코티는 밀가루와 소금이 주 원료로, 그냥 먹기에는 딱딱하지만 컵라면 처럼 물에 불려먹거나, 오트밀이나 죽처럼 끓여먹는 방식이었다.

오늘날과 같이 장기간 보존과 휴대가 쉬운 전투식량은 산업혁명 이후 식민지 경쟁을 벌이던 프랑스와 영국에서 태어났다.

1804년 프랑스의 제과업자였던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는 유리병에 조리한 음식물을 코르크 마개로 덮어, 장기간 음식물을 보관 할 수 있는 병조림을 개발했다. 보관기관이 길었던 병조림은 프랑스 군의 승리에 큰 몫을 했다.

프랑스의 병조림에 자극을 받은 영국은 깨지기 어려운 통조림을 탄생시켰다. 영국인 피터 듀런트(Peter Durand)는 주석을 이용해 깡통을 만들어 통조림의 발명 특허를 낸다. 통조림은 병조림보다 장기간 음식물 보관이 가능했고, 견고했다. 현대적 의미의 전투식량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전투식량도 이젠 '맛' 미슐랭 가이드에도...
전투식량은 전투 적합성에 촛점이 맞혀져 있다보니 맛보다 휴대성과 조리의 용이성 등이 우선시된다. 때문에 과학의 발전과 함께 전투식량도 변모해 왔다.

식품을 가압살균으로 밀봉해 뜨거운 물에 데워 먹을수 있는 레토르트 제품의 등장은 깡통 전투식량에 비해 가볍고 쉽게 조리할 수 있어, '전투식량의 획기적 변화'로 불린다. 레토르트 제품은 1950년대 군용으로 시작됐지만, 일본의 오오츠카 식품(大塚食品)이 1968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민간에 널리 퍼지게 됐다.

그러나 래토르트식 전투식량과 민수용 레토르트 식품은 '맛'의 차이가 존재한다. 군용 레토르트식품의 보존 기간이 민수용 제품보다 길다보니 레토르트 처리가 더 많이 가해지디 때문에 맛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시중에 판매되는 '3분카레'. '즉석 밥' 등은 맛을 고려해 통상 보존 기간은 9개월 정도지만, 레토르트 전투식량은 보존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도 "전투적 합리성과 함께 장병들의 기호와 맛을 따지는 국가들은 맛있는 전투식량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식(美食) 전투식량으로 정평이 나 있는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미식 문화가 강한 국가들이다. 이탈리아는 코르디얼 샷(럼주)가 들어간 쿠키가 후식용 전투식량으로 제공되고, 스페인은 지역요리인 마드리드풍 해물요리를 전투식량 메뉴에 포함시킬 정도다. 이들 중 최고의 미식 전투식량은 '라숑 드 콤빠(RATION DE COMBAT·RCIR)'다.

프랑스군의 RCIR은 맛을 위해 레토르트 처리가 아닌 깡통으로 음식물을 보존한다.
심지어 미슐랑 가이드에 소개된바 있는 상용품 비스켓을 장병들에 내놓고 있다. 프랑스군의 RCIR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될 정도로 팬층이 두껍다.
군사전문가들은 "전투 적합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우리 군도 장병의 선호도와 맛에 대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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