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은 세월호.."가족 생각나는 명절이라 더 안타깝고 미안해"

      2017.10.08 08:30   수정 : 2017.10.08 23:16기사원문
7일 오후 1시.

택시가 목포대교 끝자락을 돌아서자 세월호가 보였다.

수직으로 돌아누운 세월호엔 멀리서도 오랜시간 물밑에 잠겨있던 흔적이 선명했다.

택시기사 이모씨는 "처음 목포항에 세월호가 왔을 때는 사람들이 조금 찾았지만 지금은 세월호를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면서 "세월호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많이 잊혀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앞 버스장류장에서 택시를 세우고 약 500M의 진입로를 걸었다. 진입로 난간엔 수 많은 노란 리본과 '잊지 않겠다'는 만장이 휘날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리본을 바라보는 부모들과 2014년 4월 16일 당시 '단원고 2학년' 또래의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목포신항엔 약 40여명의 추모객이 모여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4.16 안내소' 앞에선 추모글을 적어 걸 수 있는 노란 리본이 마련돼 있었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영상을 시청하던 한동원(31)씨는 실종자의 가족이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연휴 기간을 맞아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수원에서 내려왔다"면서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아픈 기억이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조망 너머로 세월호를 볼 수 있는 장소는 안내소에서 왼쪽으로 약 20M 떨어져 있었다. 일반인에 대한 접근제한 조치로 약 500M 바깥에서 세월호를 바라봤지만 빨갛게 녹이 슨 선채와 깨진 창문이 선명했다.

수색을 위해 세워진 초록철탑 앞에 90도로 기울어 있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한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잘 봐둬야해. 저 안에서 언니, 오빠들이 못나왔어"라며 세월호 참사를 설명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곳곳에서 "어휴", "어쩌면 좋아"라는 탄식이 터져나왔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서울에서 두 아들과 함께 목포신항을 방문한 박모씨(37)는 어른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연휴기간 고향집에 왔다가 서울로 올라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 들렀다"면서 "세월호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데 참담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문제가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면서 "특히 가족 생각이 많이 나는 명절이라 더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는 지난 4월 진도 팽목항을 떠나 목포신항에 거치됐고 현재 정밀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추석 연휴기간 중단됐던 수색작업은 8일을 기점으로 재개될 예정이며 아직까지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권혁규 부자 등 5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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