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보호무역 뚫을 새 전략으로 부상

      2017.10.10 13:42   수정 : 2017.10.10 13:42기사원문
【시드니(호주)=허준 기자】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나라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 속에 대표적 수출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시장 공략이 길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콘텐츠를 앞세워 해외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먼저 잡고 뒤이어 상품시장을 개척하는 새로운 수출전략이 주목을 끌고 있다.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문화콘텐츠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류축제 KCON 2017 현장은 그야말로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글로벌 축제였다. 다양한 인종의 소년과 소녀들이 한국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안무를 따라하며 한국 문화를 즐겼다.


K팝에 흠뻑 취한 이들은 KCON 전시장에 마련된 붓글씨 체험, 한복 등 전통의상 체험을 하며 한국을 익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의 메이크업을 따라하고 싶은 한 소녀는 KCON 전시장에 진열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한다. 문화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년 각 국가에서 한류 전시회 KCON을 개최하는 CJ E&M처럼 문화콘텐츠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업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문화를 체험하게 해주고 이를 실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CJ E&M KCON, 전세계에 한류 씨앗 뿌린다
대표적인 기업이 CJ E&M이다. CJ E&M의 KCON은 집객효과가 큰 K팝 콘서트를 매개로 다양한 한류 콘텐츠와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제품을 체험하는 컨벤션을 융합, 한국의 종합적인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는 전시회다.

KCON은 2012년 미국 어바인을 시작으로 지난 6년간 북미와 유럽, 남미,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 전세계 각 대륙을 여러차례 방문하며 전세계에 한국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올해 KCON 2017를 찾은 관객 수는 총 23만여명.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의 면면도 도요타, 아마존 등 화려하다. CJ E&M과 함께 해외 이용자들을 공략하러 떠난 뷰티, 패션, 푸드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중소기업도 118개에 달한다.

■현대카드 '슈퍼 시리즈', 문화마케팅 성공사례
국내에서도 문화콘텐츠에 주력해 새로운 시장을 연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카드업계에 후발주자로 진입,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등 슈퍼 시리즈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경기를 한국에서 볼 수 있도록 한 '슈퍼매치'를 시작으로 폴 매카트니, 비욘세, 레이디가가, 스티비 원더, 콜드플레이 등이 참여한 '슈퍼콘서트' 등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갔다.

현대카드가 처음 '슈퍼매치'와 '슈퍼콘서트'를 선보일때만해도 '카드사가 왠 스포츠경기나 콘서트를 여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슈퍼 시리즈를 통해 현대카드는 충성고객을 다수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누구나 현대카드의 성공비결로 첫손가락에 슈퍼 시리즈를 꼽는다.

■게임회사가 음악축제 여는 이유는?
최근에는 게임기업 엔씨소프트가 음악축제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30일 서울광장에서 싸이, 하이라이트, 워너원, 레드벨벳, 도끼 & 더 콰이엇, 넉살, 볼빨간사춘기 등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과 함께 '피버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에도 부산 해운대에서 '피버 페스티벌'을 진행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피버 페스티벌'을 지속적으로 개최,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번에도 역시 '리니지' 시리즈로 알려진 게임기업이 갑자기 왠 음악축제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회사 측은 게임 콘텐츠를 확장시켜 게임과 연결된 다양한 대중문화 영역에서 이용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도가 게임에 한정됐던 고객층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내가 좋아하는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기업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가지게 되며 이 경험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에 기업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문화콘텐츠를 통한 사업확장은 당장 실익을 따지기보다는 5년,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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