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김창수’, 거창함 대신 선택된 청년의 진심과 연대

      2017.10.11 16:24   수정 : 2017.10.11 16:24기사원문

역사에 위대한 위인으로 기록된 실존인물을 구현하는 것은 제작자들에게 있어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중압감일 테다. 그로 인해 실화를 재구성한 수많은 역사극들이 왜곡, 과도한 미화 등을 이유로 날선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평범하고 치기 어렸던 젊은 시절을 스크린 위로 올려놓은 영화 ‘대장 김창수’는 묵직한 진심을 전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지만 부담감이 과했던 탓일까.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대장 김창수’에겐 우직한 진심만이 남았을 뿐, 진한 여운은 오래가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영화는 초반부터 강성하게 달린다. 암흑의 톤을 유지한 채 가득 힘을 주고 단숨에 깊숙한 폐부를 찌른다.
1896년 황해도 치하포, 청년 김창수(조진웅 분)는 비극적으로 죽임을 당한 명성황후의 시해범을 맨 손으로 때려죽이고 스스로 체포되지만 ‘조선의 법도’에 따라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완전히 무너진 기강 속 조선의 모멸감, 외면은 더욱 김창수를 울부짖게 한다.
이후 인천 감옥소에 수감된 김창수는 자신의 행위가 국모의 원수를 갚았다고 굳게 믿으며 기개를 당당히 품지만 같은 조선인마저 그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오로지 피폐한 삶과 복종, 순응만이 가득했던 감옥 속에서 김창수가 가진 신념은 이상에 가까웠을 뿐이다.

김창수 역시 거리를 두기는 마찬가지. 죄를 짓고 들어와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천한 이로만 보이던 김창수에게도 시선의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그는 곧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각성에 이른다. 이후 김창수의 진심을 알아본 죄수들 역시 변화의 싹을 틔우고, 김창수는 그런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정신적 지주로 성장하고 올바른 독립투사의 성장을 지니게 된다. 즉, 김창수는 그들에게 구원자이자 영웅 그리고 곧 선구자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진심은 아쉬운 연출력에 희미해진다. 근엄하고 엄중하게 치욕을 묘사하는 과정은 다소 촌스럽다. 쉴 틈 없이 흐르는 노래와 급박한 화면 전환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다. 다행히 중반부로 흐를수록 색채는 연해지면서 극의 무게는 다시 중심을 잡지만 여전히 가슴을 치는 한방이 없다. 이를 중화시키는 건 오롯이 조진웅의 몫이다.
출연 제안 당시부터 막중한 부담감으로 여러 차례 김창수 역을 고사했던 조진웅의 고뇌는 영화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표정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특히 끊임없이 저항하고 정의, 올바름, 조선의 자유를 울부짖던 김창수래도 죽음 앞에선 두려운 감정이 분명히 있을 터. 큰 몸짓과 표정 변화 없이도 사형소로 향하는 김창수의 마음을 올곧이 표현해내 감동의 여운을 전파한 건 조진웅의 탄탄한 내공 덕이었다.

하지만 악역으로 변신한 송승헌은 결국 선한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더욱 악하게 보이려는 모습에 치중해 인위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특색 없이 이어지는 평면적 성향은 안타까울 뿐이다. 더불어 조진웅과의 인연으로 고종으로 깜짝 등장한 이선균의 결은 어딘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진다.
깊이 이어져오던 김창수와 조선인들의 감정선이 순식간에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으로 이동되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장 김창수’의 강점은 반듯한 진정성이다.
현재는 김구 선생이 행한 일들을 향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대장 김창수’는 그의 청년 시절을 양지로 이끌어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울림을 선사한다. 오는 19일 개봉.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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