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사교육비로 월수입 25% 지출 '일상' 입시생되면 의존도 더 늘어

      2017.10.11 17:59   수정 : 2017.10.11 19:29기사원문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사교육비 축소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고교학점제와 자유학기제 등 학교 중심 수업방식을 도입하고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제시하면서 사교육 부담 해소 여부가 관심이다. 그러나 대입 수능에 절대평가가 확대되고, EBS 연계율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사교육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사교육의 허와 실'을 주제로 현행 교육제도와 사교육 실태, 해법 및 대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다.



#.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월소득 400만원의 외벌이지만 두 아이에게 드는 학원비가 월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초등학생인 첫째는 매일 태권도 학원을 다닌다. 피아노와 영어학원도 1주일에 세 번, 역사교육 학원도 1주일에 한 번 다니고 있다. 최근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받아 학원에 다니는 횟수가 다소 줄었지만 학원비 부담은 여전하다. 유치원생인 둘째 역시 학원 교육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1주일에 세 번 수영을 배우고 한 번 교구로 학습하는 놀이교육을 받는다. 김씨는 "아직은 버틸 만하지만 첫째의 학년이 올라가고 둘째가 입학하면 월수입의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에 지출하게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이 둘, 월급 400만원에 사교육비 100만원

아직 입시생 학보모가 아닌데도 월수입의 4분의 1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는 김씨. 비단 김씨뿐만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가정 자녀들은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도움을 받는 게 현실이다. 중고교 및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지만 학교 가기 전 유아 때부터 외국어나 놀이학습을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이모씨는 "옆집 아이가 학원에 다니니까 보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어렵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1학년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쳤다면 요즘은 시작부터 스토리텔링"이라며 "국어, 수학, 사회 등 모든 과목이 학교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정규수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면 사정은 더 절박해진다. 중학생은 자사고나 외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학원을 다닌다. 고교 입학을 위한 시험이 학교 정규수업 범위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면접이나 필기시험은 사교육업체에서 준비해야 하고, 예체능 계열 지망생은 해당 실기시험을 치르려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중3 학생들의 희망 고교 유형별 주당 사교육 빈도를 조사한 결과 일반고 준비학생은 빈도가 21.4%에 그쳤지만 자사고나 과학고 및 영재학교, 외고 및 국제학교 준비학생은 각각 46.8%, 48.1%, 41.3%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공부만으로는 입시 준비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교육비 의존 왜 높아지나

대학 입시에서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사교육 유발 지적을 받는 대입 수능이나 논술 비중이 최근 줄었다고는 하지만 교과성적이 중요한 학생부전형 비중이 작지 않아 고교생의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고교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49.5%에서 2015년 50.2%, 2016년에는 52.4%로 증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국영수 등 내신 교과목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가고 있다.

이 같은 사교육 수요에 학원은 확산일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각 시도교육청에 등록된 학교 교과목 강의 학원은 7만6692개, 서울 시내에만 1만2938개였고 경기도에 가장 많은 2만44개가 밀집돼 있다. 학원 외 교습소나 개인과외 교습자도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각각 4만2447개와 11만7283개가 있다. 직업교육을 위한 학원을 제외하고 학교 공부나 입시를 위한 학원 및 과외 등 사교육기관이 23만6422개에 이르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시내 사교육 중심지인 대치동이나 목동, 중계동 일대에는 학원이 밀집돼 있다. 학교 교과 선행학습을 위한 보습학원 외에 논술학원과 외국어학원, 음악이나 미술, 무용 등 예체능 실기를 위한 학원 등이 즐비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16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31.5%로 가장 많고 개인과외나 그룹과외 등은 19%에 달했다"며 "이 밖에 학습지를 하거나(0.5%) 인터넷 강의 등 유료 통신강좌(3.3%)를 듣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자녀가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사교육비는 불가피한 지출항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시도교육청별로 권고하는 교습비 분당 단가는 지난해 기준 17개 시도 평균 151.1원이었으나 서울이 210.8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와 대전이 180원대였다. 이 같은 분당 단가는 각 지역 교육청이 학원들에 권고하는 기준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높거나 추가되는 비용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촘촘한 서열경쟁 원인, 법률 제정 필요"

올 3월 통계청과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총 사교육비 규모는 18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300억원(1.3%) 증가했다.
1인당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25만6000원이며 2012년 23만6000원에서 2014년 24만2000원, 2015년 24만4000원 등으로 증가해왔다. 평균치여서 학부모가 체감하는 실제 월평균 사교육비는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점수와 등급으로 촘촘하게 서열을 만들어 입학생 성적에 따라 대학 랭킹을 유지하고 조정하는 방식의 패러다임이 지속되는 한 사교육은 영역만 달라질 뿐 참여와 지출 비용의 정도는 여전할 것"이라며 "웬만큼 학업능력을 갖추면 원하는 대학과 전공 선택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채용시장에서 출신학교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연지안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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