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호이저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 최고의 바그너 들려드릴게요"

      2017.10.11 20:09   수정 : 2017.10.11 20:09기사원문

바그네리안(바그너 열성팬)의 눈이 파이낸셜뉴스와 성남문화재단이 공동 제작하는 오페라 '탄호이저'에 쏠리고 있다. 성남문화재단과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15년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지난해 조르쥬 비제의 '카르멘' 등 대형 오페라 무대를 함께 해왔는데, 올해는 바그너의 '탄호이저'다.

'탄호이저'는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1979년 한국어로 공연한 이후 무려 38년 만에 국내 오페라 팬을 찾아간다.

중세 신화를 바탕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와 장대한 구성, 3시간 반에 이르는 긴 공연 시간 등이 작품 제작을 어렵게 했다. '탄호이저'가 오리지널 독일어 공연으로 국내에서 제작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의 지휘를 맡은 미카엘 보더(58)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탄호이저'는 아주 오래된 유럽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베누스베르크.비너스가 상징하는 육체적인 사랑(쾌락)과 바르트부르크.엘리자베트가 표상하는 정신적인 사랑(순결)이 대립 구도를 이루는데, 이런 육체적.정신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 유럽에서 많이 다뤄진 내용이다. 사랑 이야기인 듯 하지만, 사실은 구원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32세의 바그너가 다섯번째로 완성해 184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한 '탄호이저'는 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바그너 오페라의 고전이다. 웅장한 음악과 사색적인 내용으로 흔히 어렵다고 알려진 바그너 오페라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으로, '바그너 오페라 입문용'으로도 적합한 작품이다.

13세기 중세 독일.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금단의 장소 베누스베르크(비너스의 동산)에 발을 들여 놓은 궁정 기사이자 음유시인 탄호이저. 7년간의 쾌락을 뒤로 하고 바르트부르크로 발길을 돌려 그를 연모해오던 여인 엘리자베트 곁으로 돌아오지만, 결국 그 사실이 발각돼 순례 길에 오른다. 교황에게도 용서받지 못한 탄호이저를 구원한 것은 지고지순한 엘리자베트. 탄호이저를 사랑하는 그녀의 간절한 기도와 희생으로 그는 새 삶을 얻는다.



단순히 신화를 노래하지 않기에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바그너의 작품은 특유의 강한 색채로 '바그네리안'으로 불리는 열성팬도 많다. '낭만적 오페라'라는 부제가 붙을 정도로 서곡부터 '기사들의 입장 행진곡과 합창', '순례자의 합창', '저녁별의 노래' 등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하다. 지휘봉을 잡은 미카엘 보더도 "이번 공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의 팬들에게 좋은 바그너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세에 스위스 바젤극장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며 세계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미카엘 보더는 고전과 현대음악을 아우르는 관록의 독일 지휘자다.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코벤트가든, 베를린 도이치 오퍼 등에서 여러 세계 초연작을 지휘했고, 덴마크왕립극장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자문,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극장 음악감독 등을 역임했다. 오페라 '위대한 종말'로 스페인 평론가상을 수상했으며, 오페라 '룰루'로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오페라의 고전인 바그너의 작품으로 지휘봉을 잡지만, 사실 그는 20세기 음악을 주도하는 대표 주자 중 한 명이다. 수많은 초연작을 무대에 올릴 정도로 현대음악에 관심이 많은데, 그가 유명 지휘자인 다니엘 하딩, 사이먼 래틀과 함께 공연한 슈톡하우젠의 '그룹들(Grouppen)'은 클래식계 혁신과도 같은 무대였다. 1996년 알반 베르크의 '보이첵'으로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데뷔한 이후에는 현대 오페라 작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다양한 현대 오페라 작품의 초연을 맡았다. 이번 시즌에도 오스트리아 안데르빈 극장에서 작곡가 안노 슈라이어의 '햄릿'을 세계 초연한다.

그는 "1년에 한 번은 초연이나 현대음악을 공연하려고 노력한다. 바그너도 '얘들아 좀 새로운 것을 해 봐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는 오늘날에도 해당된다. 현대음악을 발굴하는 것은 중요하다. 연주자나 성악가도 그렇겠지만 관객도 옛날 배경보다는 현재 우리와 가까운 무대를 더 보고싶어 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미카엘 보더는 "그간 기회가 닿지 않아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며 "한국 성악가는 유럽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이번 무대에 서는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단원 간의 호흡도 아주 좋다. 모두가 잘 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여 좋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미카엘 보더 지휘, 박성연 연출로 오는 26~29일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탄호이저'에는 바그너 전문 테너로 명성이 높은 로버트 딘 스미스가 타이틀롤을 맡고, 한국인 테너 최초로 지난해 독일 바이로이트 무대에 데뷔한 김석철과 유럽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서선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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