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한 예술단원에 1평 기계실 근무 지시"

      2017.10.15 17:07   수정 : 2017.10.15 21:02기사원문
공공기관인 서울 정동 국립정동극장에서 해고당한 예술단원들이 법적 다툼 끝에 복직했으나 기존 업무와 무관한 행정부서로 발령하고 이른바 면벽(面壁)근무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극장측은 이들에게 1평(3.3㎡) 남짓한 기계실이 근무지라며 책상과 컴퓨터를 갖다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게 하는가 하면 연습감독에게는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과 함께 군무(群舞)를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정동극장에서 벌어지는 논란과 실태 등을 2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예술단원을 마케팅팀으로"

15일 정동극장과 해고자 등에 따르면 사물놀이 단원 남모씨(38)와 이모씨(38), 연습감독 이모씨(41)는 정동극장에서 10년 이상 '예술단' 소속으로 일하다가 올 1월 계약해지됐다. 이들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5월과 7월 각각 부당해고에 따른 복직 판정을 받았다.


지난 6월 30일 이들이 출근하자 극장은 복직할 예술단이 없다며 마케팅 부서로 발령한 뒤 극장 인근 카페 2층에 있는 기계실에 책상과 컴퓨터 2대를 놓고 이들 3명에게 "앞으로 이곳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남씨는 "본사에서 같이 근무하면 불편하니 기계실에 있으라고 했다"며 "마케팅 부서 근무는 원직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무시됐다"고 전했다.

복직 30일이 지나자 극장 관계자는 "과거 계약이 종료됐다"며 행정 직원들이 맺는 새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요구했다. 통상 부당해고의 경우 과거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게 아니라 효력이 지속된다. 새 계약서에는 '극장이 원하면 업무 변경이 가능하다'는 내용과 함께 해고자들이 통상 받던 월급보다 60만원 적은 199만원으로 돼 있었다. 사건을 대리한 박용원 노무사는 "마케팅팀 발령을 정당화하고 임금을 낮추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해고자들은 계약을 거부했고 극장은 공식적으로 이들에게 장구체험교실에 참여한 시민들의 장구 교육을 하는 업무를 줬으나 이미 담당 직원 2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용수 출신의 이씨는 "장구를 쳐 본 경험도 없었고 기계실에 있다가 기계실 직원이 오면 자리를 비켜줘야 했는데 극장에서는 같이 있으라고 병풍을 건네줬다"고 털어놨다.

해고자들은 극장에서 올 11월 공연이 예정된 '동동' 작품에 출연시켜준다고 해 희망을 가졌으나 실상은 달랐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9월 26일 첫 연습에 참가했는데 공연을 총괄하는 연출자가 (자신들 출연사실을)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연출쪽도 우리의 존재에 당황했다"고 밝혔다. 정원 외로 분류된 이들은 2주째 공연 연습에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습감독 출신의 이씨는 "과거 제자 등 후배 무용수들과 함께 군무를 추라는 지시를 받아 고통스럽고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정관상 예술단원 없어 원직 복직 불가능"

이상혁 노무사는 "부당해고는 원래 직무로 복귀하는 게 원칙인데 예술단원을 마케팅팀에 발령하고 월급도 대폭 줄인 것은 상식적으로 정당한 복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부당해고 이후 빈번히 발생하는 보복 행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동극장에서 노동위원회 판정에 대한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노동위원회를 통해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극장측은 과거 예술단원으로 불리던 이들에게 정관 규정상 '예술단'이 없어 원직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극장 측 관계자는 "예술단이라는 원직이 없기 때문에 복귀는 불가능하다"며 "단원들의 예술적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조치를 하고있다"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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