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에 청년층 가세… 일자리 패러다임이 바뀐다

      2017.10.18 19:34   수정 : 2017.10.19 15:04기사원문


느림의 경제, 착한 경쟁을 표방하는 마을기업이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장년층이 참여하고 있는 식품업종 위주에서 점진적으로 교육서비스, 문화사업 등으로 업종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청년층 주도로 운영되는 마을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앞으로 청년층 주도의 마을기업 활동이 마을기업의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도 이런 연유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 인근에 위치한 관광기념품가게 '오랜지바다'와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에 위치한 커뮤니티 디자인 플랫폼 '내마음은 콩밭'이라는 마을기업은 지난해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두 마을기업은 힘들어하는 동반자를 다독여서 함께 가는 '느림'의 경제, 남을 넘어뜨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더 성장시키는 착한 경쟁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마을기업이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 저출산, 세대 간 갈등, 일자리 부족 등 난제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자리 패러다임을 바꿀지 주목된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말한다. 지역주민 5명 이상이 출자해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2년간 800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한다.

2010년 마을기업 시범 도입에 이어 이듬해 550개로 출발한 마을기업이 6년이 지난 현재 1446개로 3배 가까이 몸집이 커졌다. 총 매출액도 197억원에서 약 1266억원으로 6배가량 늘었고 고용창출 효과 역시 눈부시다. 고용인원은 3000여명에서 1만6000여명으로 5배 이상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오랜지바다 그 눈부신 빛 속으로

광안대교의 야경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 부산의 대표 명소 광안리에 흰색의 멋스러운 건물이 있다. 광안리의 보물섬이란 별칭을 달고 있는 마을기업 '오랜지바다'가 위치한 건물이다. '오랜지바다'는 70여명의 마을작가들이 부산 바다를 생각나게 하는 기념품을 만들어 전시.판매하고 관광객이 직접 그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발하고 다양한 그림엽서들도 판매하고 있다.

그림엽서는 내맘대로 엽서라는 독특한 종이에 관광객이 그림을 그려 엽서를 만들고 이 그림들을 손그림 엽서로 제작.판매해 엽서를 그린 관광객에게 수익금을 나눠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마을작가들이 직접 만든 기념품은 판매 수익금의 60%를 마을작가들에게 지급하고 관광객이 만든 엽서는 판매 수익금의 5%를 관광객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엽서 그림은 직사각형 아날로그 프레임에 아름다운 풍경과 삶을 표현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광안리의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오랜지바다에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저마다의 사연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또 지역 청년작가를 위해 그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공간과 소통공간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부산의 가장 큰 축제인 광안리불꽃축제와 연계해 마을기업 사회 환원 프로그램으로 3층 공간을 무상 오픈하고 행사기간 관광객이 그린 그림엽서를 판매한 수익금을 불우이웃을 위해 전액 기부하는 등 지역과 상생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랜지바다는 2014년 설립, 매년 마을작가 등 지역 일자리 70여명과 연매출 2억원을 창출하고 있다.

■지역예술가들이 기업을 만들다

대구 북구 경북대 서문에 '내 마음은 콩밭'이라는 마을기업 카페가 있다. 이곳 운영자들은 콩밭을 커뮤니티 카페라고 소개한다.

음료를 파는 공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찾아오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창조되고 그들이 스스로 활동하는 장이다.

실제 낮에는 일반 카페처럼 운영되지만 평일 저녁과 주말이 되면 콩밭의 워크숍 등이 진행되는 세미나 공간으로 바뀐다.

콩밭에는 '댄스워크숍' '광고워크숍' '소식지워크숍' '영상워크숍' 등 다양한 장르의 워크숍이 있다. 지역예술가 등이 강사진으로 활동하면서 이론보다 경험과 실습 중심으로 가르쳐 참여자의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워크숍에 참여하는 지역주민, 대학생, 직장인 등은 워크숍을 통해 작업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마을의 '서문골목축제' 때 활용하고 재취업으로 연계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처음 방문하면 '이게 뭐지' 하다가도 콩밭을 다시 찾고 한번 이상 경험해본 방문자들은 틈만 나면 들르게 되는 매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카페 공간은 스터디룸으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소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들 들면 '지붕 없는 영화관' '나도 하는 공연' '자취 셰프' 팀들이 활동 중이다.

배우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개발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하고자 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선순환을 돕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나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는 주변의 시선이 두려울 때, 꿈이 있지만 도와줄 이가 없을 때 그럴 때 문 두드릴 수 있는 곳,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내 마음은 콩밭'은 2014년 설립, 매년 일자리 30여명과 연매출 3억원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마을기업은 아직 판로 확보와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랜지바다 남소연 대표는 "지역에서 마을기업들이 판로 확보, 제품의 품질개선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우리 마을기업의 제품 구매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시설에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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