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호이저는 문제아, 그 방황과 갈등 노래로 잘 전달해볼게요"

      2017.10.23 20:02   수정 : 2017.10.23 22:28기사원문

우리에게는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로버트 딘 스미스는 전세계 오페라계에서는 알아주는 스타다. 미국 출신의 테너인 그는 1997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발터 폰 슈톨징'으로 데뷔한 이후 세계 최고의 오페라 스타로 떠올랐다. '바그너의 성지'로 통하는 독일 바이로이트의 최고 스타이자 바그너 전문 '헬덴 테너'(화려하고 힘차게 오페라의 영웅적 배역을 노래하는 테너)로 그의 드라마틱한 해석은 바그네리안(바그너 열성팬)의 찬사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와 성남아트센터가 공동 제작한 오페라 '탄호이저'로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서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악가이기도 하다. 로버트 딘 스미스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페라 '탄호이저'를 무대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다. 오페라 무대에는 200여명의 예술인이 함께 하는데, 이들이 서로 감정을 주고 받으며 하나의 극을 만들어 가는 것은 힘들지만 그만큼 뿌듯하고 신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바그너의 낭만 오페라로 1979년 한국어 번안 무대 이후 38년만에 처음 독일어 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탄호이저'는 독일 신화를 바탕으로 쾌락과 순결, 종교와 신화와의 갈등 속에서 구원을 그린 작품이다. 첫 공연 후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유로 끝없는 갈등과 고뇌로 점철된 스토리가 꼽힐 정도로 일반 대중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극을 이끄는 탄호이저의 심적 방황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소화해낼 성악가가 드물었던 것도 사실이다.



로버트 딘 스미스는 "'탄호이저'는 전형적인 히어로가 아니다. 오히려 극 속의 인물들이 끝없이 갈등하고 반목하게 만드는 일종의 문제아인데, 그런 그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행동이 현실적이고 솔직해야 한다. 그런 탄호이저의 모습을 관객에게 잘 표현하기 위해 노래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전달하고자 하는 지점을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바그너 오페라라고 하면 '아~ 의자가 편해야 할 텐데'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번 무대에서 가장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바그너의 음악도 잔잔하지만 깔끔하고 듣기 좋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이번 공연을 함께하는 '엘리자베트'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 '비너스'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등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아주 좋다.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오페라라는 무대는 서로간의 경쟁이 아니라 주고 받는 과정이다. 서로의 눈을 보며 감정을 소통할 때 파트너의 에너지는 굉장한 영감을 준다. 이번에도 서로 주고 받는 하모니가 너무 좋다"고 전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을 거쳐 뉴욕 줄리아드 음대 재학 당시 한국인 친구가 많아 음식이나 문화도 익숙하다는 그지만,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웃던 그는 "일정이 짧아 여러 곳을 못 가봤지만 다음 기회에는 여행을 한 번 와보고 싶다. 한국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궁금하다"고 했다.


특히 그를 반기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음악이라는 것은 듣고 있는 순간 살아있는 것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영원히 사라진다.
음악이 주는 그 순간의 생생함을 느끼고 즐겨달라"며 "바그너의 음악이 익숙하지 않지만 두려움을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맞아달라"고 웃으며 당부했다. 공연은 26일부터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