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서원터에서 고려 시대 사찰 영국사 혜거국사비 발견

      2017.10.27 13:46   수정 : 2017.10.27 13:46기사원문
서울 도봉서원터에서 고려시대 사찰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실물이 발견됐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가 공동 조사 중인 서울 도봉서원 하층 발굴현장에서 그동안 탁본의 일부만 전해지던 영국사 혜거국사비의 비편 실물이 나왔다.

발견된 비편에는 총 281자가 새겨져있는데 이중 256자의 해독에 성공하면서 이제까지 학계에서 혼동해왔던 영국사의 정확한 위치와 건립 시기를 분명히 알아냈고 다른 동명이인이 있어 헷갈리던 혜거국사의 정확한 법명도 알아냈다.



도봉서원은 선조 6년인 1573년 정암 조광조를 추존하기 위해 옛 영국사의 터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던 곳으로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1608년 중건된 후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헐어내기까지 약 260여 년간 유지되었던 서원이다. 지금은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8호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진행된 발굴조사 중 도봉서원이 영국사의 일부 건물과 기단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중심 건물지에서 고려 시대 금속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금동제 금강저와 금강령을 비롯해 국보급 청동 불교용구가 77점이나 출토되면서 복원사업이 한동안 중지됐었다. 이후 지난 6월부터 다시 발굴에 들어갔다.

혜거국사는 고려 전기 법안종풍을 일으킨 10세기 유학승으로 고려 시대 광종이 불교를 개혁하고 선교 양종을 통합하고자 도입했던 법안종을 고려에 처음으로 전파한 승려로 추정된다. 그리고 법안종을 만든 초조 법안문익의 제자이며 적연국사 영준의 스승이다.
또 송나라의 '경덕전등록'에 따르면 국왕이 유학 중인 스님에게 사신을 보내어 예로서 맞이하였던 왕사였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영국사의 중건은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남아있는데 지난 발굴조사에서 효령대군이 영국사가 중창될 당시 대시주한 사실이 기록된 기와가 확인된 바 있다.
세종 때에는 진관사의 수륙재를 영국사에서 거행하는 것이 논의됐으며 세조의 축수재를 봉행할 정도로 사세가 높은 사찰이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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