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한다면서 … 인건비 총액은 '그대로'

      2017.10.30 17:15   수정 : 2017.11.01 14:34기사원문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총인건비 한도 내에서 임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기준인건비제(총액인건비제)'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를 정규직과 동등하게 개선하면 공공기관들의 임금 및 성과급 등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공기관의 임금 상한은 제자리에 묶여 있어서다. 정부는 이와 관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한시적 상황에 대해 기준인건비제 상한을 정하지 않기로 지침을 정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근본적 처우개선을 위해선 기준인건비 상한을 높이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25일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에는 기준인건비제 개편 논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수와 어느 정도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지에 관한 것"이라며 "(기준인건비제 등) 임금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준인건비제는 정부가 정한 총인원과 인건비 한도에서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조직 정원과 인건비.예산을 운영하는 제도다. 그러나 과도한 임금 지급을 막는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공공기관이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직원을 채용할 때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로 책정하는 기간제 비정규직이나 민간위탁.외주화 방식으로 돌리는 방식을 써 비정규직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현재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335곳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총 정규직 수가 늘어나는 만큼 총인건비를 다시 산출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정규직이 100명에서 110명으로 증가할 경우 전년도 총인건비도 100명에서 110명으로 자동 갱신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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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지자체 및 지방공기업에 대해서도 최근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라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더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다만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구체적 기준인건비제 적용기준은 매년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파견.용역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면 지금까지 외주업체로 지급되던 '비용'이 직접 지급하는 '임금' 형태로 전환돼 임금총액 상한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지침을 초과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해당 지자체 및 지방공공기관에 대해 다음 해 교부금이 줄어들거나 성과급이 축소되는 등 재정적 불이익이 발생한다. 자칫 인건비 한도에 부딪혀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노동조건은 비정규직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즉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기준인건비 상한을 넘을 경우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정규직 임금동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결국 행정안전부의 승인이 필요한 기준인건비제가 손질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근본적 처우개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준인건비제는 기관의 인건비를 줄이고,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업비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기존 경영평가 방식은 정규직 전환이라는 고용의 질 지표와 충돌되고 양립할 수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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