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한국술 '소주' 日서 통하는 비결
2017.11.01 14:40
수정 : 2017.11.01 14:40기사원문
롯데마트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산 맥주는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잠시 독일산 맥주에 밀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지난해와 올해 다시 1위 자리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한국 술은 얼마나 인지도를 가지고 있을까요? 과연 일본 술이 국내에 가진 인지도만큼 한국 술도 일본에서 인기가 많을까요?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 주류 시장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 주류 시장을 종류별로 분류하면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맥주로 잘 알려진 △발포성 주류, 청주와 와인을 포함한 △양조주류, 한국의 대표주자 소주가 속한 △증류주류, 그리고 뭐든 섞어 만든 △혼성주류 입니다.
일본인은 술을 좋아합니다. 주관적 의견이지만 한국은 ‘오늘 마시고 죽자’의 문화가 있다면, 일본은 ‘매일 가볍게 한잔’의 문화가 강해 보입니다. 일본 주류 시장(일본 국세청 과세수량 기준)은 1970년대부터 1994년까지 맥주의 주도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꾸준할 것 같던 주류시장 성장은 2000년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섭니다. 니케이와 야노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주류소비는 건강의식 고양에 따른 음주억제, 불경기에 따른 음주기회 감소, 젊은이들의 알코올 이탈현상 등의 요인으로 침체되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도 재편성되는 분위기입니다. 맥주가 천하통일을 꿈꾸던 시기가 지나가고 발포주와 새로운 장르(하이볼, 츄하이 등 리큐르)가 세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취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낮은 도수의 신장르가 붐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츄하이 붐이 시작됐다면 2010년 이후에는 하이볼이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주의 성장세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청주가 가진 시장을 뺏어 2003년에는 소비량이 역전되기까지 합니다. 청주는 ‘아저씨가 취할 때까지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것이 패착으로 보입니다. 소주는 상대적으로 청주보다 칼로리가 낮고 다양한 혼합(츄하이 주요 원료)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술 시장이 바뀌면서 일본 정부는 주세 정책을 바꿔 세수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맥주와 발포주, 신장르의 주세를 2026년 10월까지 55엔으로 통일하고 청주와 RTD(Read to Drink)의 주세를 2023년 10월까지 35엔으로 맞추려 합니다.
이런 일본 시장에서 16%라는 높은 관세를 이겨내고 한국 술의 위상을 높이는 소주가 있습니다. 바로 롯데주류의 ‘경월’ 소주(연속식증류)입니다. 경월은 2017년 9월 기준 일본 갑류 소주 브랜드 2위(12786KL)에 오를 만큼 높은 인지도와 판매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총 350개사의 3000개가 넘는 브랜드 속에서 3위(6680KL)와 2배가량 차이를 보이며 2위를 기록 중입니다.
경월의 일본내 성공요인은 5가지 정도로 분석됩니다. 맛, 이미지, 가격, 판매망, 광고입니다. 일본음식에 맞춰 현지화를 이룬 맛과 설악산 천연수가 주는 깨끗한 이미지가 일본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일본소주 대비 10~20% 높은 가격대로 설정해 고급화 전략을 실현했고 ‘이시하라 사토미’라는 일본 국민 여배우를 광고모델로 채용해 인지도를 높인 것이 주요했습니다. 이시하라 사토미는 일본내에서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배우로 일본 관광 모델로도 활약 중인 여배우입니다.
또 한국에서도 대히트를 친 ‘순하리’ 같이 일본에서도 ‘훈와리’를 출시해 일본 여성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롯데주류의 이종훈 대표는 10월 31일 일본 특파원 간담회에서 “경월은 1년에 400만케이스(1케이스=12병)가 판매되고 있다. 이는 일본 성인이 매일 1병씩 마시는 수준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훈와리는 120만케이스 최고점을 찍고 현재 60만케이스 정도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훈와리는 껌 등의 판매로 향에 강한 롯데가 자신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소주로 경월이 줄 수 있는 딱딱한 이미지를 신선하게 바꿔준 상품입니다.
한국 소주로 일본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경월’처럼 향후 일본 시장에서도 한국 맥주와 소주를 쉽게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