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치매환자 60분만에 발견..2020년까지 치매노인 실종 ‘제로’
2017.11.05 16:00
수정 : 2017.11.05 16:00기사원문
#2. 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 9월 29일 오전 8시39분께 여수 돌산읍에서 박모씨(69)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상황은 즉시 실종담당 경찰관에게 전파됐고 담당 경찰관은 오전 8시45분께 박씨의 위치를 확인하고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경찰관에게 알렸다. 약 5분이 지나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박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씨가 버스에 탄 채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순찰차를 돌산읍 무슬목에 배치하고 돌산에서 여수시내로 향하는 진입로를 차단했다. 결국 오전 9시께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박씨를 발견,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신고 접수 이후 불과 20여분 만이었다.
■손목에 차는 배회감지기, 조기 발견율 제고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씨와 박씨는 모두 치매환자로, 손목에는 경찰이 지급한 배회감지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경찰은 배회감지기 신호를 통해 두 사람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 별다른 사고 없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SK하이닉스와 치매환자 실종 예방 및 신속발견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9월부터 배회감지기 무상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전국의 상습 실종 치매환자 6000명에게 우선적으로 배회감지기가 지급됐다.
배회감지기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급 2개월여만에 경찰이 배회감지기를 활용해 발견한 치매환자는 총 6명. 더구나 이들을 발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배회감지기 보급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6명 평균 발견 소요시간은 불과 65분으로, 배회감지기 보급 전인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치매환자 평균 발견 소요시간 13.6시간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신고된 치매환자들이 배회감지기를 차고 있어 실시간 위치 정보 파악이 가능했다”며 “이번에 개발된 배회감지기는 기존 기기에 비해 탈착이 쉽지 않고 무게가 절반 정도 줄어드는 등 성능과 크기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매년 증가하는 치매환자, 국가 책임 강화
치매환자 실종은 최근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올 9월 기준 등록된 치매환자는 총 42만4239명. 이중 실종되는 경우는 연간 1만명이 되지 않지만 문제는 치매환자 실종사건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년간 경찰에 접수된 치매환자 실종신고는 2013년 7983건, 2014년 8207건, 2015년 9046건, 지난해 9869건 등이다.
실종된 치매환자의 75%는 경찰 수색으로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치매 특성상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어 수색에 어려움이 따른다. 치매환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오랜 시간이 경과할 경우 체력 저하 및 신변 위험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치매환자 조기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치매노인 실종 제로사업을 펴고 있다.
경찰은 우선 효과가 입증된 배회감지기를 2020년까지 매년 3000명씩 총 1만5000명에게 무상보급할 계획이다. 실종 치매노인 발생 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협업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지문 등 사전등록을 확대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배회감지기 보급률과 활용률이 높아지면 실종된 치매노인 수색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이 감소하는 등 신속 발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