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김 다시 부나...우리은행 과점주주 체제 '흔들'

      2017.11.06 16:13   수정 : 2017.11.06 16:13기사원문
금융권 첫 과점주주 체제로 주목을 받던 우리은행의 지배구조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우리은행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 예금보험공사(예보)측 대표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 경우 우리은행에 자율경영을 약속한지 불과 1년만에 정부가 말을 바꿨다는 논란에 휩쌓이게 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1대 주주인 예보는 이광구 행장의 후임을 뽑는 차기 임추위에 다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은행 임추위는 5개 과점주주(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동양생명, IMM PE)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예보는 보유하던 지분 29.7%를 이들 과점주주에 매각했지만, 여전히 잔여지분 18.5%를 보유한 1대주주다. 올해 초 이 행장의 연임을 결정할 당시, 예보측은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하는 의미로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일 이 행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신입사원 채용비리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우리은행 경영권 안정을 명목으로 예보가 다시 임추위 참여를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 돼 왔다.
지난 5일 우리은행 임시 이사회가 열렸지만, 임추위 구성 논의는 다음 번으로 미뤄진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가 여전히 1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고 차기 행장 선임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임추위 구성에 예보측 비상임 이사가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은행측도 과점주주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경영이 다시 정부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며, 은행 내부에선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계심도 더욱 높아진 상태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정권의 입맛에 맞춘 낙하산 인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차기 행장은 외압과 관치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내부출신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정부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려면 예보의 잔여지분을 매각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이 해외 IR 등에 적극나서며 지분 참여할 투자자 찾기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기 행장이 잔여지분 매각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겠지만 우리은행 이미지와 신뢰도 손상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1만5950원으로, 잔여지분 매각과 지주사 전환의 기대감이 모였던 지난 7월(1만9650원) 최고가 대비 18.8% 하락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와 우리은행 내부 혼란을 막기 위해선 임추위가 최대한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위해 예보의 참여를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추위가 하루 빨리 구성되고 후보자군이 결정돼야 외풍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며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차기 행장이 선임 되고, 연말 임원들 인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조직을 안정화 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현재 추후 임추위 일정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이르면 이번주, 다시 이사회를 열고 예보의 참여 여부를 포함한 임추위 구성, 행장 선출 일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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