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순방 첫 일정 마친 트럼프, 일본에서 무엇을 얻었나?
2017.11.07 11:35
수정 : 2017.11.07 13:12기사원문
지난 6일 미일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을 만나 내뱉은 첫마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총리와의 우정에 감사하고 있다. 함께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었다. 딸 이방카도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해 논의 할 수 있었다”며 아베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침이 마르게 칭찬한 이유는 분명 더 있다.
그는 미일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미일 경제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대일무역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강조하며 자동차 분야 무역관계의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88억 달러(환와 약 76조원)로 중국에 이어 2번째로 크다. 특히 적자의 80%가량이 자동차 분야다. 일본은 자동차 수출의 30%가 대미 수출이다. 자동차 문제는 미국 정부의 큰 스트레스로 존재해 왔다.
미일 정상회담 후 그의 바람은 이뤄진 듯하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자동차 분야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연비가 좋은 친환경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의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에코카감세’가 앞으로는 미국 자동차에도 적용된다. 에코카감세가 적용되면 테슬라, GM 등 전기차에 강세를 보이는 미국자동차 업체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또 충돌실험 등을 포함한 안전기준 혜택도 미국에게 주어졌다. 미국과 일본은 안전기준이 달랐다. 미국완성차업체들은 일본에 차를 수출하기 위해 미국내 심사 뿐 아니라 일본의 안전기준 심사도 통과해야 했다. 앞으로는 미국에서 안전심사에 합격하면 바로 일본에 수출이 가능해진다.
이 두 가지 사항은 일본이 미국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끌어들이기 위한 무기였다. 미국이 TPP에 가입해야만 가져갈 수 있던 혜택이었다. 일본 측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며 인도·태평양전략 등을 수립하기 위해 트럼프에게 이를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납치피해자가족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 압박과 동시에 인권을 생각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도 얻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줄곧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내에서 ‘인권을 무시하는 대통령’ 이미지가 강했다. 미국진보센터(CAP) 연구원들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트럼프와 그의 팀은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의 가치를 명시적으로 부인해왔다"고 지적했었다.
미일정상회담은 미국만이 이득을 취한 게임은 아니다. 일본은 ‘트럼프의 일본관’을 바꾼 것을 가장 큰 외교적 성과로 꼽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줄 곧 ‘미국에 장사하기 위해 이용만 하는 나라’라고 서슴없이 말해왔다. 하지만 한결같이 극진한 아베 총리의 스킨십으로 이번 방일 마지막에는 ‘미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보물 같은 동맹국’으로 탈바꿈했다.
향후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 정세를 논의할 때 일본은 미국의 외교노트 맨 앞장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구상한 인도태평양전략이 실행되면 일본의 외교력은 그 어느때 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 확실하다. 무역분쟁(미일FTA)을 피할 수 없다면 미일 동맹을 굳건히 해 향후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일본의 계산법인 것이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