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전운 감도는 걸프만.. 오일쇼크·한반도위기 재앙 부르나
2017.11.12 17:12
수정 : 2017.11.12 17:12기사원문
컨설팅업체 프린스턴에너지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코피츠는 11일(현지시간) CNBC 기고문에서 이란이 배후로 의심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족 반군의 사우디 미사일 공격 시도로 사우디와 이란 간 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사우디·이란 전이 현실화하면 그 결과는 재앙적 수준이 될 것으로 코피츠는 우려했다.
우선 유가 폭등과 그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다. 전 세계 석유공급의 약 20%를 담당하는 걸프지역의 전운이 공급감소 우려를 불러 유가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북쪽으로는 이란, 남쪽으로는 오만을 가로지르는 호르무즈해협은 폭이 좁아 주요 석유운송항로이자 주요해상항로인 이 항로는 언제든 지나는 선박이 공격당할 가능성에 노출된다.
이는 해상운임 폭등을 부를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 피해가 없다고 해도 보험사들이 보험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소유주들 역시 유조선 격침 위험을 무릅쓰느니 이 지역 운항을 잠정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즉각적이고 심각한 충격을 피할 수 없다.
걸프지역 석유수출이 전면중단되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대로 폭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전 사례는 이를 잘 입증한다. 1957년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선언한 이집트를 영국과 이란이 번갈아 침공하면서 벌어졌던 수에즈 위기 당시 세계 석유공급은 10% 급감했고, 한달도 안돼 미국과 유럽은 경기침체에 직면했다.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빚어진 1973년의 '1차 오일쇼크'는 충격이 더 컸다. 아랍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석유수출을 중단하면서 유가가 4배로 폭등했다.
연간 전체로는 세계 석유공급에 차질이 없었지만 단기적인 충격과 아랍국가들의 대미 석유수출 금지가 미 경제를 2년간의 침체로 이끌었다. 당시 걸프지역 산유국들의 대미 석유수출이 미 전체 석유수요의 약 7%에 이르는 하루 120만배럴이 줄어든 결과였다.
코피츠는 셰일석유가 있지만 지금도 미국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걸프지역 석유수입은 미국 전체 석유소비의 8%에 이른다. 특히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과 나이지리아 등의 석유를 놓고 수입경쟁을 벌여야 해 당시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미국은 셰일석유가 다시 붐을 맞으면서 일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겠지만 유럽과 동아시아, 특히 일본과 한국은 가장 큰 충격에 노출될 것으로 코피츠는 우려했다. 산유국 중국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전체 석유소비의 7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절반은 걸프지역 산유국들로부터 수입한다.
나아가 사우디·이란 전쟁은 한반도 위기 고조의 배경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북한과 이란 간 미사일 협력을 감안할 때 북한 핵무기가 이란에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미국이 압박을 높이면서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피츠는 미국이 북한 핵무기의 이란 유입 봉쇄를 정책 최우선 순위로 다루게 되면서 한반도 위기가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