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익사이팅하다‘白夜골프’의 성지, 영종도 스카이72GC

      2017.11.16 19:56   수정 : 2017.11.16 19:56기사원문

【 영종도(인천)=정대균 골프전문기자】 꽤 자주 왔지만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다. 그랬던 이 다리에 새겨진 이름이 이날은 왠지 눈에 확 들어왔다. 거기에는 분명 '스털링 브릿지'라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스털링 브릿지는 멜 깁슨 주연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주인공인 스코틀랜드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가 1297년 영국군을 대패시킨 역사적 현장이다.

그런데 왜 하필 골프장 이동로로 사용되는 다리에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몹시 궁금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목도한 환상적 파노라마를 보면서 그 궁금증이 금세 풀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반드시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비장함을 다시 한번 마음 속 깊이 새기라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마치 720년 전 자유와 독립을 갈구하며 영국군을 패퇴시켰던 윌리엄 월레스가 그랬듯이….

인천광역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리조트(대표 김영재). 그곳 레이크 코스와 클래식 코스에는 이렇듯 숱한 스토리가 있다. 스카이72에는 18홀짜리 4개 코스가 있다. 그중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올해로 10년째 개최하고 있는 오션코스와 전 홀이 벤트그라스로 조성된 채 덩그러니 저만치 떨어져 있는 하늘코스는 골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레이크 코스와 클래식 코스의 유명세는 다소 덜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레이크 코스는 플로리다 리조트에 온 듯한 느낌이고 클래식 코스는 정통 클래식 코스 스타일을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코스의 매력은 차고도 넘친다.


■자연의 거친 느낌 그대로 살리다

1번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 써있는 글이 먼저 골퍼들을 반긴다. '가끔… 땀을 흘리며 숲으로 사내가 뛰어온다. 안타까워 그의 공 옆에 구멍을 내주고 싶다'. 클래식 코스에 서식하는 오색딱따구리의 일기 중에서 발췌한 것이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 흥미로운 코스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절로 생겼다. 전체적으로 평지여서 스코어가 잘 나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상하리만큼 스코어가 별로다. 아마도 적재적소에 마련된 트랩과 트릭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거의 매홀에 있다시피한 워터 해저드가 가장 위협적이다.

자연의 거친 느낌을 그대로 살린 14번홀의 '웨이스트 에어리어'도 공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는 그린 앞까지 이어져 푸른 페어웨이와 색감의 대조를 이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거칠고 제멋대로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벙커들의 선형은 골퍼들이 생애 처음 보는 낯선 충격을 안겨준다. 그런 점에서 클래식 코스는 '골프 코스 디자인의 황금기'로 불렸던 1910~40년대 설계된 미국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나 사이프러스 포인트 클럽과 같은 느낌이다.


■스코어 줄여주는 '웨이스트 벙커'와 '백야골프'

클래식 코스는 한국의 평범한 골프코스에 익숙한 골퍼들에게는 매우 이국적인 코스다. 그중에서도 엄청나게 넓은 벙커 지역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방문한 골퍼들은 벙커 천지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이곳 페어웨이 벙커는 웨이스트 벙커(Waste bunker)이기 때문이다. 많은 골프장들의 벙커 모래는 하이샷일 경우 볼이 모래에 반쯤 묻혀 난감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벙커 턱도 깊지 않다. 어드레스 때 클럽 소울이 모래에 닿아도 된다. 샷을 하고 난 뒤 고무래로 벙커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영락없이 페어웨이에서 샷을 하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클래식 코스 페어웨이 벙커는 볼이 해저드로 날아가는 것을 막아줘 스코어를 줄여주는 '생큐 벙커'인 셈이다.

클래식 코스의 진가는 이른바 '백야 골프'다. 대한민국 최고의 조도를 자랑하는 나이트 시설로 그야말로 까만 밤을 하얗게 수놓게 하는 곳이다. 이곳 나이트는 자연광처럼 밝고 선명함을 줄 수 있도록 홀 선형에 따라 라이트 시설의 간격을 배치하고, 코스의 특성에 따라 조명시설을 차별화하는 등 과학적 설계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긴 러프에 빠진 공도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그린의 라인은 오히려 낮보다 더 확실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야간 라운드는 오후 7시30분까지 출발이 가능해 이른바 '올빼미 골퍼'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불후의 명화를 옮겨다 놓은 랜드마크홀

클래식 코스 17번홀(파3.160m)은 이 코스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다.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다. 치열했던 전투에서 살아 돌아와 스털링 브릿지를 건너게 되면 만나게 되는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 아래로 해저드가 펼쳐져 있고 해저드 끝 지점에 그린이 앉혀져 있다. 특히 앞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온그린이 여간해선 힘들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잠시 여유를 가지면 공략에 대한 걱정은 솜사탕 녹듯 사라진다. 클래식 코스의 시작과 끝인 1~2번홀과 17~18번홀, 그리고 바로 옆에 일란성 쌍둥이처럼 위치한 레이크 코스까지 한눈에 확 들어 오는 비경 때문이다. 특히 해질녘에 보게 되는 낙조는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다.
캐디의 "티샷 해야죠"라는 재촉이 아니라면 그대로 석고상이 될 정도로 타는 저녁 노을에 한참 넋을 잃게 된다. 그래서일까. 클래식 코스는 마치 화장을 곱게 한 여인들 틈에서 민낯에 긴 머리를 틀어올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연미인을 만난 느낌이다.
그곳에는 그런 떨림이 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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