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 잃은 1천여 이재민 … 단체·기업 잇단 '희망의 손길'
2017.11.19 17:21
수정 : 2017.11.19 22:11기사원문
【 포항=최수상 기자】 지진발생 후 처음 맞는 19일 일요일 새벽. 3차례 연달아 또다시 여진이 발생했다.
가장 많은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이 갑자기 술렁였다. 그것도 잠시, 해가 밝으면서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이 다시 이어졌다.
이 할머니는 "6·25때 인민군의 총과 함포사격 파편에 맞고도 살아났는데 이번에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운을 뗐다. 지난 15일 지진이 발생한 시각은 상가건물 2층에 살고 있던 할머니가 뜨거운 대야를 양손에 들고 막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손에는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를 들었지 이를 놓지도 못하는 데 집과 몸이 어찌나 크게 흔들리는지 집이 무너지고 나도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포항지진 여파에 따른 충격파가 예상보다 커지고 있다.
19일까지 공식집계된 주택피해는 2556건이다. 이 가운데 완파된 주택은 63채, 반파된 곳도 172채나 되고 있다. 포항시가 밝힌 현재까지 복구율은 74.4%. 안전진단을 통해 주택 등에 대한 본격적인 복구를 시작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민들이 처한 고통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들의 애절한 사연도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찬빈·찬민 다섯살 쌍둥이 형제가 여진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권순화 할머니와 이재모 할아버지는 지난 17일부터 뒤늦게 대피소 생활에 합류했다. 찬빈·찬민 형제는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을 겪은 후 계속 불안증세를 보여왔다. 이를 피해 아버지의 고향인 포항시 흥해읍으로 이사 왔는데 1년 만에 또다시 지진을 겪으면서 지난 며칠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이날만큼은 모처럼 편안한 밤잠을 잤다. 권순화 할머니는 "대피소 생활이 조금은 힘들지만 손주들 재롱에 하루가 즐겁다"고 더 이상 손주들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새벽 5시30분 대피소에 하나뿐인 남자화장실에서 양치질과 세수를 한 이석호씨는 출근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흥해읍의 한 아파트에 거주했다. 몇 차례 사업실패로 포항시내에 제빵기술자로 일하면서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지진으로 또다시 불운이 닥쳤다.
처음에는 눈앞이 막막했다고 한다. 이씨의 아파트는 최근 안전진단 결과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겨내기로 했다. "그래도 살아가야지요. 안 다치고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대피소 이재민은 여진이 재발하면서 1000명에서 1300여명까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겨울추위가 시작되면서 모포가 부족하고 개인위생환경도 열악해 이에 따른 질병예방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이에 따라 포항시안전대책본부는 대피소마다 천막과 텐트 등을 이용해 개인별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피해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도 누적집계가 5200명을 넘었다. 하루 동안 1900명꼴이다. 이들은 무너진 주택 담벼락과 거리 청소 등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흥해실내체육관에서는 19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식사배급과 청소 등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피해지원 기부금도 35억6900만원이 답지했다.
이재민들의 주요 관건은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고, 언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있다. 한 이재민은 "거주 가능한 집으로 판정받았지만 계속되는 여진의 두려움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포항시 정해천 건축과장은 "지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시민이나 균열 이후 후속조치를 묻는 상담 등에 친절하게 답변하고, 필요하면 현장상담도 병행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포항시도 지진 피해자들에게 임시거처로 제공하기로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160채를 무료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