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추억으로의 여행' 전남 장흥 JNJ골프리조트

      2017.11.23 09:19   수정 : 2017.11.23 11:47기사원문
장흥(전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어린 시절 추억의 편린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타임머신을 타고 40여년전으로 돌아가 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의 고만고만한 또래들이 이른 아침을 먹고 동네 어귀로 몰려 들었다.

그 시절 추위는 요즘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을 정도로 맹위를 떨쳤지만 '품앗이'를 위한 그 회합을 거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단은 옷부터 추웠다.
털이나 솜이 들어간 옷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고 무명천이나 광목천으로 만든 얇은 옷을 겹겹으로 껴입었다. 방한의 필수품인 모자나 장갑은 당연히 없었다. 엄마가 목화솜을 넣어 만들어준 귀마개를 끼고 나온 친구는 그나마 좀 나았다.

또래들이 다 모이면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발목이 빠질 정도로 제법 키가 자란 청보리 밭이었다. 아이들이 그 곳을 찾은 이유는 청보리를 꾹꾹 밟아 줘 청보리가 웃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청보리 밟기는 한참 뛰어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놀이 이자 부모님을 도와주는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청보리 밭에 도착하면 일렬 횡대로 줄을 선다. 그리고 다리에 체중을 실어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그렇게 몇 차례를 왕복하다 보면 밭 하나를 후닥 해치운다. 그리고 다음 청보리 밭으로 이동한다.

봄이 오는 길목 정남진에 들어선 명품 코스
이 골프장에 들어선 순간 문뜩 그렇게 보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눈발이 흩뿌리는 추운 겨울이 서둘러 찾아 왔지만 페어웨이가 어릴 적 밟았던 청보리밭을 연상시킬 정도로 푸르디 푸르렀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정남쪽이라 해서 '정남진'이라 부르는 전남 장흥군 JNJ골프리조트(대표이사 회장 고재일)다. JNJ는 정남진의 영문 이니셜이다. 2012년3월에 정-남코스로 먼저 개장한 이 곳은 처음엔 회원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2013년 6월에 9홀 진코스를 증설한 뒤 그 이듬해인 2014년 5월부터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 운영중이다.
이 골프장이 전국적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4회째 열렸던 KLPGA투어 이벤트 대회인 LF포인트 왕중왕전 with JNJ골프리조트였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보다는 골프장의 입지적 여건과 주변 환경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JNJ행은 한 마디로 '추억속으로의 여행'이다. 가르마를 타듯 쭉쭉 뻗은 농로를 따라 골프장에 이르는 길, 골프장 소재지인 장평면 시가지 모습 등 많은 것들이 마치 70~80년대 영화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자연친화형 코스
정남진은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길목이다. JNJ는 그 곳 완만한 구릉지대 145만4545㎡(약 44만평)에 자연림을 그대로 보존해 조성된 코스다. 정, 남, 진코스 27홀 페어웨이는 모두 켄터키블루다. 그런데 이 곳 잔디는 겨울이면 푸른 색이 더욱 푸르러 진다. 아마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양잔디도 겨울이 되면 색깔이 약간 누렇게 변하는데 이 곳에서는 예외다. 따라서 폭설만 내리지 않는다면 겨울에도 다른 계절에 버금가는 즐거운 라운드가 가능하다.

자연친화적인 코스는 오아시스, 아일랜드 등 27개 전 홀이 저마다의 테마를 갖고 있다. 적당한 업다운과 언듈레이션으로 전체적인 느낌은 리조트 코스답게 다소 쉬워 보인다. 하지막 막상 코스에 들어서 보면 생각과는 다르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 코스를 레이아웃했기 때문에 티샷시 신중을 기해야 하는 홀이 한 두 곳이 아니다. 티샷만 페어웨이를 지킨다면 그 다음샷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심한 언듈레이션과 미세한 브레이크가 있는 그린 플레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코스는 자연림과 코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포근한 가든형 코스다. 4번홀(파5)이 시그내처홀이다. 아름다운 대형 해저드를 따라 돌아가는 우도그렉 홀로써 독립성이 매우 우수하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키고 뒷 바람이 분다면 투온도 노려볼만하다. 남코스는 대자연과 함께 힐링하는 코스다. 특히 시그내처홀인 4번홀(파5)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티잉 그라운드에서 시원스레 펼쳐진 페어웨이와 수려한 주변 경관을 내려다보며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릴 수 있는 홀이다. 가장 막내인 진코스는 극적인 승부를 즐기는 다이내믹한 도전코스다. 그 중 6번홀(파3)은 아일랜드 홀로서 그린 뒷편의 녹차밭이 운치를 더해준다. 티샷 후 호수를 따라 이동하며 감상하는 경관이 일품이다.

천관산, 장흥한우삼합 등 볼거리와 먹거리 즐비
2014년에 30실 객실의 호텔을 조성하므로써 명실상부한 리조트코스로 거듭났다. 4인 1실 기준으로 세팅된 전 객실에서는 코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돋이도 감상할 수 있다. 주변에 관광 명소가 즐비한데다 먹거리까지 풍부해 가족단위 관광지로도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우드랜드, 보림사, 천관산은 꼭 골프가 아니더라도 생전에 반드시 한번 들러야 할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우드랜드는 장흥읍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억불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목재문화체험관, 전통한옥 등 아름다운 펜션 단지 생태건축체험장과 전남목공예센터 그리고 치유의 숲과 편백 소금집 등을 갖추고 있다. 보림사는 송광사의 말사로 선종이 맨 먼저 정착된 곳이다.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3보림으로 불린다. 경내에는 국보 제44호인 3층석탑 및 석등, 국보 제117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등이 있다,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온 산이 바위로 뒤덮여 있다. 특히 아기바위, 사자바위, 부처바위,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돛대봉, 갈대봉, 독성암 등 수많은 기암괴석과 기봉이 정상에 우뚝 솟아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천자(天子)가 쓰는 면류관 같아 '천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장흥한우삼합과 장흥표고는 JNJ를 '골프 여행지'가 아닌 '맛 여행지'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런 저런 이유에서일까. JNJ는 어느새 골퍼들 사이에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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