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쌓은 포인트로… 평창서 선물 사고 원화도 찾는다

      2017.12.04 18:09   수정 : 2017.12.04 22:48기사원문

#1. 미국인 베이커씨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미국 항공사 이용을 많이 했던 그는 적립해 놓은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 한국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향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 도착한 베이커씨는 미처 환전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미국에서 적립했던 쿠폰을 이용, 원화 출금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양양씨는 평창에서 유명한 먹자골목을 방문했지만, 한글로만 쓰인 간판들 속에서 한참을 헤맸다.
한글을 전혀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증강현실(AR)을 통해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는 뱅킹 앱을 이용, 제공하는 메뉴와 그 식당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까지 찾아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에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서 손쉽게 만나 볼 수 있게 될 새로운 금융의 모습들이다.

금융업계가 67일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평창에서 첨단 금융기술을 선보임으로써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와 고객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금융 로밍과 블록체인, 증강현실과 웨어러블 기기 등 그 면면도 화려하다.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는 첨단 기술들의 자웅을 겨루는 '금융 올림픽'도 함께 개최된다.

■'금융 로밍'으로 자유롭게

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후원사인 KEB하나은행은 20여개국의 30여개 주요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자산 허브, 'GLN(Global Loyalty Network)'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LN은 전자화폐와 항공마일리지, 쿠폰, 포인트 등 각국의 디지털 자산을 어디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금융 플랫폼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은 물론,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0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겨냥하고 있다.

국제적 금융 플랫폼의 핵심은 국가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 '금융 로밍'이다. 쿠폰.포인트.마일리지.전자화폐 등의 디지털 자산을 전 세계 어디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용객은 특정한 앱의 설치나 특정 국가 디지털 자산으로의 환전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이용객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은 자동으로 전환돼 현지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처 환전을 하지 못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국에서 이용하던 디지털 자산을 원화 가치로 환산, 해당하는 액수의 현금을 한국의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국가별로 다른 금융 시스템의 연결과 보안 문제 해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됐고, 앱 제작.증강현실 기술 등은 IT.스타트업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제작했다.

김경호 KEB하나은행 미래금융사업부 부장은 "GLN은 하나은행만의 금융 플랫폼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사들이 협력해 만든 국제적 금융 플랫폼"이라며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22개 국가의 30여개 금융사가 함께하고 있고,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40여개 국가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로 앱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기존에 이용하던 뱅킹 앱을 평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접근성과 편의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증강현실로 만나는 금융서비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증강현실(AR) 서비스와 추천코스 기능도 뱅킹 앱이 담당한다.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식당을 비추기만 하면 식당 이름은 물론, 제공하는 메뉴와 이용자 후기까지 한번에 볼 수 있다. 식당에 들어간 이후에도 AR서비스를 이용해 메뉴판을 촬영하면 해당 음식의 사진과 먹는 방법, 결제 시 이용할 수 있는 쿠폰 정보 등을 제공한다.

평창이 생소한 외국인들에게는 여행 코스도 추천한다.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추천 여행 코스는 방문객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 평창 지역의 자영업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12월 현재 7개 언어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내년까지 21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여기에 더해 와이파이와 같은 데이터 통신이 제한된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제 신기술로 무장한 카드업계

카드업계도 핀테크로 무장하고 나섰다. 웨어러블 기술 등을 도입한 결제 시스템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객들의 금융 편의성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적 마케팅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사인 비자(VISA)는 롯데카드와 제휴를 통해 '비접촉식 결제 웨어러블' 3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롯데카드가 스티커 형태의 카드를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자와 함께 대 고객용 선불 결제 웨어러블 카드를 또다시 선보인 것이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출시된 해당 상품은 스티커와 배지, 장갑 등에 VISA 선불 칩이 장착돼 비접촉식 결제 카드와 동일한 편의성과 보안성을 제공한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이사는 "지난해 출시한 롯데 스티커카드로 웨어러블 카드 시장을 선도해 오고 있다"며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림픽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해 ICT(정보통신기술) 평창올림픽의 위상을 높이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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