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이라 집 정리 생각도 못했는데… 귀뚜라미보일러봉사단 왔다가니 깨끗"
2017.12.04 20:19
수정 : 2017.12.04 20:19기사원문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고 겨울 칼바람이 맹위를 떨진 지난달 29일 오전 8시. 서울 화곡동 소재 귀뚜라미보일러 본사로 46명의 봉사자들이 속속 모였다. 손에 입김을 '후후' 불며 본사로 들어선 봉사단은 귀뚜라미보일러 부녀봉사단 16명, 귀뚜라미 그룹 직원 20명, 가스안전공사직원 10명이다. 날씨는 차가웠지만 봉사단의 눈빛은 초롱초롱했고 목소리는 생기 있었다.
이들은 이날 서울 강서구 소재 장애인.독거노인.조손 가정 등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모였다. 가장 많은 봉사단원이 투입된 곳은 서울 화곡동 등마루시장 안에 있는 방 모 할머니 댁. 올해 86세인 방 할머니는 시장 한켠에 있는 식당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젊은 시절 식당을 운영하던 방 할머니는 10년전 큰 수술 이후 장사를 그만두고 식당 한켠에서 주거 생활을 해왔다. 거동이 불편하다보니 청소와 정리는 불가능. 그렇다보니 방 할머니 댁에선 10년 전 장사를 할때 사용했던 양념류와 음식물이 쏟아져 나왔고 집안 가득 들어찬 쓰레기와 물건들로 발디딜 틈 조차 없었다.
방 할머니댁 봉사활동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16명의 봉사단원들이 쓰레기 정리조, 청소조, 실내구조물 제거조 등으로 나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방 할머니댁 주거개선사업을 총괄한 김미혜 귀뚜라미복지재단 이사장은 "봉사활동에 우선순위를 둬 긴급한 일들이 먼저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봉사 대상의 일상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신속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쓰레기와 짐을 밖으로 내보내고 본격적인 청소 작업이 시작됐다. 스펀지에 거품을 가득 내 벽면에 묻은 검정 때를 닦아냈고 사용한지 10년이 넘은 부엌 때도 벗겨냈다. 할머니가 침대로 쓰던 식당 한켠의 목재 간이침상도 뜯어냈다. 빠루를 이용해 침상에 손을 대자 이미 오래전에 삭아있던 목재 침대가 바스라졌다. 이날 귀뚜라미보일러는 방 할머니 댁에 침대와 수납공간, 가스레인지 같은 가전가구를 지원하고 벽에 벽지 대신 장판을 덧대는 주거 개선 활동을 펼쳤다. 또 방 할머니가 평소 연탄곤로와 부탄 버너를 이용해 난방 및 조리를 했던 위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가스레인지를 현장에서 추가지원했다.
이날 방 할머니댁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예상 종료 시점보다 늦어진 오후 7시 경 종료됐다. 깨끗해진 집을 보며 방 할머니는 "버려야 할것과 수리해야할 것이 많았는데도 몸이 안좋아 손을 댈 엄두도 못내고 그냥 살아왔다"면서 "이렇게 집을 손봐주니 눈물이 난다. 나이들어서 호강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귀뚜라미보일러의 이번 주거환경개선사업엔 장애인 세대주 가구도 포함됐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진 모씨는 불편한 다리 때문에 집 정리와 수리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진 씨의 집에는 5명의 봉사단원이 파견됐다. 이들은 집안에 가득찬 짐을 포장해 빼내고 청소와 도배, 가구 교체를 진행했다. 특히 진 씨가 평소 불편함을 겪었던 싱크대를 새로 설치하고 화장실 변기를 교체했다. 벽면에 까맣게 끼어있는 기름 때와 물 때를 벗겨냈고 화장실과 부엌 바닥을 걸레질했다. 봉사단원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봉사단원 김 씨는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서 "짐을 빼내는 것 부터 하나하나 시작해 이젠 제법 집이 쓸만 하실 것"이라며 너털 웃음을 지었다.
진 씨는 깨끗해잔 집과 새롭게 들어선 싱크대를 손으로 만지며 "집이 좋아져서 행복하다. 불편했던 부분을 손봐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도와주신 만큼 집을 깨끗이 잘 사용하고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일회성 봉사'로 진행하지 않는다. 봉사 대상자들의 주거환경이 악화된 이유가 대부분 불편한 신체조건, 낮은 소득 수준으로 인한 것인 만큼 주기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주거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귀뚜라미보일러는 봉사활동 이후 정기적으로 봉사가 이뤄진 가구를 방문해 주거환경을 검사한다.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