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할 수 있는 기쁨"... O2O, 중장년 새 일자리 창구로 부상
2017.12.10 13:17
수정 : 2017.12.10 13:17기사원문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제2의 경제활동을 펼치려는 중장년들에게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가 새로운 기회로 자리잡고 있다.
실시간 매칭 서비스 ‘숨고’, 홈서비스 ‘대리주부’, 출장세차 서비스 ‘조이앤워시’ 등 이들 O2O 서비스는 각종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중장년들에게 새 활로 개척을 돕거나 전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숨고는 외국어 레슨, 홈 리빙 인테리어, 출장 세차 등 재능과 기술을 가진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그리고 그들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서울 성동구 이환규씨(64)는 숨고를 통해 비즈니스 일본어 레슨 및 통번역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지인의 소개에 의존했다면 이젠 다방면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는 주한 일본 투자법인 CEO로 17년간 일하다 2009년 은퇴했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이후 자신의 특기를 살려 재취업을 위해 백방으로 이력서를 보내봤지만 나이 때문인지 면접 기회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관광국 공인 한국어 통역안내사, 한국 공인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는 등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인에게 아쉬운 소리 할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불러만 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면접 기회조차 없으니 정말 답답했죠”라고 심경을 전했다.
숨고에 등록한 건 올해 2월부터다. 그리곤 그의 삶에 작은 변화가 왔다. 현재 그는 매주 정기적인 일본어 레슨 수업을 맡게 됐으며 또 각종 기업체에서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미팅이나 국제 행사에서 통번역에 나서는 등 전보다 훨씬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다. 그 덕에 수입은 약 3배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한 중소기업의 손톱 광택기를 일본 시장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도쿄에서 주재원으로 4년간 근무하면서 익힌 일본 비즈니스 문화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이젠 지인뿐만아니라 O2O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곳에서 학생과 기업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얻는 기쁨이 제일 커요. 제 삶이 다시 살아난 기분입니다"라고 흡족해했다.
여의도에서 천연 화장품 DIY 공방을 운영 중인 최윤선씨(41)는 원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뒤늦게 천연 화장품의 매력에 빠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수입을 올리기 위해 숨고에 등록했다.
그는 “화장품·디퓨저·비누 등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개인이 영업과 유통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자연히 강습과 병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앱을 통해 수강생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게 됐어요. 수입이 받쳐주니 새로운 상품 개발에 좀 더 투자할 여력도 생겼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O2O 서비스가 고객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했다. 이전까지 블로그나 카페에서 수강생을 모집했지만 그 수가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이젠 정기 수업을 몇 타임 운영할 만큼 그 수가 많이 늘었다.
특히 개별 맞춤 커리큘럼이 큰 호응을 얻었다. 고객 입장에선 배우고 싶어도 선뜻 쉽게 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과 가격 부담을 덜어 진입 장벽을 낮춘 원데이클래스를 주로 개설했다. 선물용 향수부터 천연 스킨·비누 등 한두 가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재미를 들인 수강생이 나중엔 정기 수강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홈서비스 앱 대리주부는 출시 2년도 안 돼 가사도우미 9300명을 모으며 020 플랫폼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기존의 낙후된 가사도우미의 인식 개선과 정보 비대칭 같은 업계 구조를 타파하면서 성공리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강서구 이동희(50) 씨는 짧은 경력이지만 단숨에 단골 고객을 유치하면서 안정적으로 전업에 성공했다. 그는 25년간 헤어 디자이너였다. 그러다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쉬게 됐고 경력단절을 겪었다. 헤어숍을 차릴까 고민도 했지만 미용업 경쟁도 심한 데다 목돈이 드는 사업에 쉽게 손댈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가정과 일을 양립하기가 어려웠다.
이후 지인의 추천으로 대리주부를 알게됐고 올 2월 등록해 꾸준히 일이 늘더니 현재는 일주일에 50~60곳 출장을 나간다.
이 씨가 밝힌 고객을 사로잡는 비결은 신뢰와 기술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자신의 집에 낯선 이를 들이고 일을 맡긴다는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먼저 고객의 경계심을 풀어주고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 고객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대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의 감동을 줘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가사가 단순노동에 그칠 게 아니라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여성들이 어려워하는 냉장고와 옷방 정리에서 실력을 발휘하면서 일회성 고객을 단골로 만들었다. 그는 “여의도의 한 고객은 냉장고를 깔끔하게 정리해줬더니 감동이라면서 정말 기뻐했어요. 그 뒤로 고객이 해외여행을 떠나도 집을 맡길 만큼 저를 신뢰하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현재 그의 수입은 월 200~300만원 사이로 매우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O2O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을 자신이 원할 때 할 수 있는 스케줄 관리라고 밝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여러 일을 해봤지만 아이가 눈에 밟혀 결국 만족스러운 일을 구하지 못했다. 그는 “O2O 서비스는 고객과의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할 수 있고 그 외에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습니다. 이젠 아이도 남편도 ‘잘 다녀와’라고 할 만큼 좋아해요”라고 전했다.
현재 대리주부는 집·사무실 청소는 물론 간병·아이 돌봄이·이사 서비스·밑반찬 만들기 등 다양하고 실속에 맞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연결하는 O2O 플랫폼은 홈클리닝 ‘와홈’·‘미소’, 소셜 액티비티 '프립’, 원데이클래스 ‘원데이모아’ 등이 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