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사이에 2명 사망… 청소차에 목숨 매단 환경미화원들
2017.12.10 17:35
수정 : 2017.12.10 21:02기사원문
보름 사이 2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16일 광주에서 환경미화원이 생활쓰레기 수거차 뒷바퀴에 치여 숨졌다. 29일에는 수거차 덮개에 끼여 사망했다.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한가운데는 쓰레기 수거차가 있다. 환경미화원이 수거차 뒤에 매달려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나는 것이다. 수거차는 타고 내리기 번거로워 이들은 시간 내 작업을 끝내기 위해 목숨 걸고 손잡이를 붙든다. 환경미화원들은 안전한 수거차를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는 매해 반복되는 사고에도 '매달리기'를 관련법으로 금지할 뿐이다.
■정부, 사고 이어지는데 "매달리기 안돼"만
지난해 12월 환경미화원 A씨는 연탄재가 가득 담긴 쓰레기를 수거차에 실었다. 차량 뒤편에 매달린 뒤 출발하라는 뜻으로 차량 옆면을 두 번 두드렸다. 수거차가 힘겹게 오르막을 가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차량 뒷부분이 그대로 아파트 담장에 부딪혔다. 수거차 뒤에 매달렸던 A씨는 숨졌다.
10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A씨 사고와 유사한 환경미화원 사망재해는 지난 3년간 27건으로, 5건은 추락 및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이다. 환경미화원이 수거차 뒤에 매달리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수거차에 부착한 작업용 발판 역시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다. 이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발판을 설치, 매달리는 것은 작업속도와 작업환경에 맞지 않는 쓰레기 수거차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태우 연합노련 정책본부장은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를 차에 싣기 위해 짧은 거리를 반복 이동한다. 하루 작업시간은 8시간이 넘는다"며 "발판에 올라타지 않으면 근무시간 내 수거작업이 끝나지 않아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달린다"고 전했다. 김인수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대부분 쓰레기 수거차는 5t 화물트럭에 쓰레기를 압축하는 특수장비를 설치한다"며 "트럭 높이가 1.2m로, 10~20m마다 이동하면서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타고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환경미화원은 법안 개정을 통해 안전발판 설치를 허용해 달라고 주장한다. 환경부 '2016 폐기물수집운반차량 선진화방안연구'에 따르면 종사자 693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약 90%(614명)는 차량에 매달릴 수 있는 발판 설치를 찬성했다. 영국과 미국은 쓰레기 수거차에 작업발판 장착을 허용, 이에 대한 설치 및 안전기준을 국가표준으로 관리한다.
■수거차, 저상버스처럼 타고 내리기 쉬워야
정부는 안전 때문에 법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쓰레기 수거차를 작업환경에 맞추는 과정도 더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재해 예방 측면에서 사람이 차량 뒤에 서는 것을 허가하기는 조심스럽다"며 "환경미화원을 예외로 두면 다른 직종에서도 유사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발판이 한국 지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은 오르막과 내리막, 골목도 많아 발판 합법화는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저상 수거차 개발이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쓰레기 수거차는 화물차에 특수장비업체가 적재함을 설치하는 구조"라며 "현재 자동차 제작사가 저상화물차를 생산하지 않지만 제작사 생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환경미화원이 수거차 뒤에 매달리는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타고 내리기 쉬운 저상쓰레기 수거차 제작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은 "사람이 차에 맞추는 게 아니라 차를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며 "저상버스 형식으로 차체를 낮춘 수거차를 운영, 작업발판을 떼고 선진국 환경미화원처럼 차량에 탑승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