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소설상’ 황여정의 경장편

      2017.12.13 17:27   수정 : 2017.12.13 17:27기사원문

"세련되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제23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간 은희경의 '새의 선물', 전경린의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천명관의 '고래' 등이 받은 문학동네소설상은 올해부터 경장편소설 공모인 문학동네 작가상과 통합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심사가 이뤄졌다.

올해의 주인공은 소설가 황여정. 그는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연쇄 혹은 세련되고 효율적인 구성" "압축된 문장과 그 사이사이의 여백에서 '이야기되지 않은 것'이 전하는 울림을 최대치로 증폭시켜냈다"는 심사위원들의 아낌 없는 찬사를 받으며 수상자로 선정됐다.



"나는 알지만 너는 모르는 것과 나는 모르지만 너는 아는 것은 서로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를 갖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우리 둘 다 알지 못하는 것은 아예 없었던 일이 되는 걸까."

정교하게 짜여진 소설은 가벼운 장난이 삶의 각도를 조금씩 비틀고, 허구가 운명이 되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어느 여름날 벽지 위에 핀 곰팡이에서 세계지도를 읽어내는 어린 '징'과 그에게 의지해 두려움을 이겨나가는 '율'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남다른 얽히고 설킨 각자의 부모에 의해 관계가 흐트러졌다, 다시 이어진다.
이들 모두를 이어주던 하나의 접점은 누가, 언제,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이다.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개인은 어떻게 생을 이어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아래 율과 징, 그리고 여러 인물들의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 그리고 비극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일에 대해 말한다.

각각의 이야기가 단절되고, 시간과 공간, 등장인물이 제각각인 소설은 독자들에게 친절한 구성은 결코 아니다. 독자 스스로 이야기의 빈칸을 채우며 이 소설의 세계를 구성해나가야 한다. "같은 장면도 사람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마련이고,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로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뒤섞인 사실과 거짓이 이내 진실이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내고 싶다는,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일 것"이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상상을 거듭하며 읽다보면, 문득 이 소설이 과거와 현재, 이곳과 그곳, 연기와 인생, 작위와 역사, 심지어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넘나들 수 있도록 공들여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알제리의 유령들'을 쓴 황여정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황석영의 딸이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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