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예수정의 마법 같은 연기력
2017.12.19 14:52
수정 : 2017.12.19 15:28기사원문
예수정은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79년 연극 '고독이란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했다. 강산이 세 번 이상 변할 시간을 거쳐 2017년, 예수정은 흔들리는 눈동자나 얕은 숨소리 만으로도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가 됐다.
그의 내공을 TV에서 본격적으로 확인한 건 지난해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을 통해서였다.
이후 '피고인', '비밀의 숲' '최강 배달꾼' 등에서 활약을 이어가다 현재는 '언터처블'에서 박근형(장범호 역)의 아내이자 진구(장준서 역), 김성균(장기서 역)의 어머니로 출연 중이다.
스크린에서 그의 모습을 본 건 훨씬 더 이전부터였다. '지구를 지켜라' '황진이' '기담' '궁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뢰인' '도둑들' '인간중독' '해무' '사냥' 등 다양한 작품에서 내공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부산행'에서 감동적인 연기로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그는 급기야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을 통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폭발시키는데 성공한다. '신과 함께'에서 예수정의 연기는 실로 놀랍다. 어머니의 위대함을 대사 하나 없이 표현해내는 그의 연기가 전율을 선사한다.
'신과 함께'에서 예수정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의 말 못하는 어머니로 등장한다. 15년 전 집을 뛰쳐나간 자홍 대신 둘째 아들 수홍(김동욱 분)과 함께 살고 있다. 자홍은 꼬박꼬박 월급과 편지를 부쳤지만 차마 어머니를 찾아가진 못했다.
죽음을 맞게 된 자홍이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받는 동안 어머니, 동생과의 일화들이 낱낱이 공개된다. 회상신 외에도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과 군대에서 탈영한 둘째 아들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현실 속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극 초반, CG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신과 함께'는 감정적 몰입보다는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데 충실하는 듯 보이지만 후반으로 향할수록 뜨거운 모정에 집중하며 기어코 관객을 울리고야 만다.
감동의 8할은 예수정, 김동욱 모자(母子)가 만들어낸다.
작정한 듯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는 김동욱과 크고 깊은 에너지로 그의 연기를 감싸안는 예수정의 호흡이 대단하다. '신과 함께'를 보고 나면 관객들 또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짙어진다. 예수정의 마법 같은 연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