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글벨~♬" 캐럴 소리 없는 크리스마스 왜?

      2017.12.22 11:50   수정 : 2017.12.22 11:50기사원문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상쾌도 하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한겨울이 왔다’
내크리스마스가 3일 앞인데도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다. 연말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옛 추억까지 소환해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던 기억은 잊힌지 오래다. 직장인 김희수(가명·32)씨는 “동심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어 많이 서운하다”며 “점점 사회가 더 삭막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털 검색 결과 캐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옛날 길거리 테이프 팔던 리어카에서 들리던 캐럴이 그립다”, “낭만이 없어진 거 같아 아쉽다.
행복했었는데..”, “그래도 연말인데 캐럴은 길 가다 좀 듣고 싶다” 등 아쉬운 감정이 대부분이었다.

거리에서 캐럴이 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저작권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면적 3000㎡ 이하는 무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는 이유를 저작권료 때문이라고 오해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확인 결과, 저작권료는 영업장 면적에 따라 달랐다. 저작권료 징수 규정 제12조에 따르면, 면적이 3000㎡(약 907평) 이상인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징수 대상이 된다. 즉, 3000㎡ 미만의 커피숍, 호프집 등은 캐럴을 틀어도 저작권료는 면제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홍보팀 관계자는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은 ‘공연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저작권료를 받는데 대형 마트나 백화점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영세 업체에게는 안 받는다”며 “매장에서 노래를 틀면 공연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공연권이라고 해서 공연 사용료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정된 저작권법이 적용돼 징수 대상이 늘어난다. 그동안 저작권료 징수 대상에서 제외됐던 커피숍, 호프집 등 3000㎡ 미만의 매장도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15평에서 30평은 월 4,000원, 60평까지는 7,200원, 300평이 넘는 가게는 2만 원을 부과한다. 단, 전통시장과 50㎡(15평) 미만의 소규모 매장은 계속 저작권료 없이 캐럴을 틀 수 있다.


■규제에 발목 잡힌 캐럴, 주간 65㏈·야간 60㏈ 이하 기준 지켜야
정부의 생활 소음 규제 기준도 캐럴에 영향을 미쳤다. 생활 소음 규제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주민의 정온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장 및 공사장 등에서 발생되는 소음·진동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규제에 따르면 주거지역에 위치한 사업장 등은 주간에는 50㏈, 야간에는 4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확성기·스피커를 밖에 설치했을 때는 주간 65㏈, 야간 60㏈ 이하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소리가 60dB, 전화벨 소리 70dB, 지하철 소음이 80dB인 것을 생각하면 밖에 스피커를 설치해도 캐럴을 크게 틀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문 열고 난방하면 단속한다는 규정도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중들의 취향이 변하고 음원 차트에서 인기 없어
12월이면 출시되던 캐럴 음반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예전에는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 코미디언들까지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리고 앞다퉈 앨범을 발매했지만 최근에는 대형 기획사 혹은 영향력 있는 가수들만 가끔 음반을 내고 있다. 올해도 가수 태연 말고는 눈에 띄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찾기 힘들다.

계절에 관련된 시즌송이 등장한 것도 영향을 줬다. 대중들은 크리스마스에 한정된 캐럴보다 눈, 하얗다 등 겨울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음원차트는 힘 있는 가수들 위주로 재편이 된지 오래”라며 “최근 몇 년 간 캐럴 음반이 줄어드는 이유는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블루투스 스피커 등 테크놀로지의 발전도 캐럴이 사라지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사이버대 실용음악과 길창욱 교수는 “예전에는 함께 듣고 공유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풍부했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을 이어폰으로 혼자 듣는 문화가 자리매김했다”며 “캐럴을 단순히 겨울과 연말을 알리는 음악으로 생각해 더 쉽게 잊히는 건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TIP!
‘캐롤’인가요, ‘캐럴’인가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캐럴'이 맞다.
대부분 사람들이 ‘carol’의 ‘o’ 때문에 ‘캐롤’로 말하거나 적는 경향이 있지만 원어의 발음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캐럴’이 된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