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공수처 설치' 놓고 재충돌하나… 당청 "우선 처리" 한목소리
2017.12.24 15:24
수정 : 2017.12.24 15:24기사원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새해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박차를 가하기로 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등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등 현실적인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최종 결론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청은 '선(先)공수처-후(後)특별감찰관'으로 방침을 정하고 공수처법 통과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방지하고,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게 하는 검찰개혁을 완성하자는 취지로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다. 성역 없는 독립적 기구를 만들어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청은 공수처법 처리 문제를 우선 처리한 뒤 특별감찰관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인 법안 관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몫"이라면서도 "대중여론전과 함께 의회에서도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공수처 통과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핵심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제도는 공수처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당연히 공수처법 처리가 우선"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공수처 신설은 또 하나의 검찰 권력을 가지고 쌍칼을 차겠다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우리는 누차 공수처를 민변 검찰청 신설법안이라고 이야기하고 전면 거부 하기로 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어 "또 하나의 검찰청을 만든다는건 옥상옥을 만드는 것이고, 결국 대통령이 두 개의 검찰을 가지고 더 권력을 갖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공수처와 특별감찰관제 병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 강조를 위해 온라인 캠페인 등 여론전을 강화하며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적폐청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 촉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박범계 적폐청산위원장을 비롯해, 표창원, 진선미 의원 등이 참여했다.
지난 21일에는 적폐청산위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편, 당청이 '선 공수처-후 특별감찰관'으로 방침을 정한 만큼 공수처가 만들어질 경우 특별감찰관제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공수처법은 대선 1호 공약이자 민주당의 당론"이라며 "특별감찰관제의 한계는 이미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특별감찰관은 흡수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공수처가 설치되면 특별감찰관은 사실상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 사실상 공감을 표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김은희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