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용비어천가, 570년만에 예술로 탄생

      2017.12.25 00:38   수정 : 2017.12.25 00:38기사원문


용비어천가에 담긴 세종의 꿈이 570년만에 무대 예술로 탄생했다. 국립국악원은 용비어천가의 노랫말에 정악 선율과 궁중 무용을 곁들인 '세종의 신악'을 27일까지 예악당에서 송년 무대로 올린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시대 정악 중 최초의 한글 노래다.

조선 세종 때 선조인 목조(穆祖)에서 태종(太宗)에 이르는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로 한글 창제 이후 최초의 국문시가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악은 고상하며 바르고 큰 음악이라는 말로 과거 궁중음악의 일부를 포함해 민간 상류층에서 연주되어 오던 모든 음악을 말한다.

이번 공연 '세종의 신악-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은 궁중음악과 궁중무용을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연출은 신선희 서울예술대학교 교수가, 작곡은 계성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참여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용비어천가의 원문에 정악 선율을 창작해 합창으로 들려준다. 국립국악원에서 작곡을 통해 용비어천가를 합창으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노래는 27명의 정가 가객들이 함께 정가 창법으로 무대에 올라 합창으로 선보인다.

지금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용비어천가의 원문도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운율 또한 살렸다. 작품 전개를 위해 원문의 순서도 재구성했는데, 공연의 구성은 용비어천가가 편찬된 세종 시대를 중심으로 조선건국의 탄생 배경과 천명으로 부여받은 왕실의 정통성, 그리고 군주로서 지녀야 하는 애민정신과 예악사상을 전한다.

합창으로 전해지는 용비어천가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면, 합창과 함께 무대 위 펼쳐지는 궁중무용은 눈길을 뗄 수 없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각 장의 주제에 따라 극적 상황을 상징화 시킨 창작 무용은 용비어천가의 노랫말에 담겨진 핵심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궁중무용 중 처용무, 몽금척, 문무 등 다양한 종목에서 차용한 무용 동작은 신화 속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용과 까치 등 갖가지 동물과 자연, 그리고 궁중의식에 쓰여지는 움직임 등으로 형상화되어 극의 전개를 이끈다.


신선희 연출가는 "당시의 의례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용비어천가를 쓴 세종대왕이 이 시대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한 의미를 살려 새로운 형식으로 연출해 선보이고자 했다"며 "이번 작품은 역사의 고난을 극복한 영웅들에게 왕권의 천명을 받아 덕치를 해야 하는 군주에 대한 훈계이자 애민정신과 예악사상을 담은 한국 문화정신의 실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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