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 포석에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 나서

      2017.12.26 17:12   수정 : 2017.12.26 22:36기사원문
태광그룹이 26일 계열사 3곳을 합병하는 지배구조 변화 계획을 밝힌 것은 논란이 됐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풀이된다.

태광그룹 일부 계열사의 경우 그룹 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에 나서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에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할 수 있을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합병대상이 된 IT업체 티시스는 비상장업체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오너 일가가 지분의 90% 이상을 가지고 있다.
연간 매출의 70%가량인 약 2400억원을 그룹 계열사 거래를 통해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태에서 티시스는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제대상에 포함된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오너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가 연 200억원 이상 혹은 연 매출의 12% 이상을 차지하면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티시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해 합병함으로써 내부거래 문제를 해소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오너일가 소유 개인회사를 7개에서 1개로 대폭 축소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합병 이후 존속법인이 되는 한국도서보급도 내부거래 비중이 크지 않고, 티시스의 투자부문만 합병하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가 이번 합병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태광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합병 이후 존속법인인 한국도서보급이 사실상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란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도서보급은 현재 이호진 전 회장 51%, 아들 현준씨가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합병 이후에도 이 전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개선 작업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 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친족 소유의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단계적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여 동안 총 4단계로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단계는 지난해 12월 세광패션 매각, 2단계는 지난 7월 메르벵과 에스티임의 증여와 매각이다. 이번 계열사 합병은 3단계에 해당된다. 4단계는 이 전 회장이 무상증여할 계획인 약 1000억원 상당 지분이다. 무상증여 대상과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전 회장 측은 일감몰아주기 해소 차원에서 지난 7월, 본인과 가족 등이 보유하고 있던 55억원 상당의 와인유통업체 메르벵 지분 전체를 태광관광개발에 무상증여했다. 디자인업체 에스티임도 티시스에 매각한 바 있다. 염색업체인 세광패션 지분은 지난해 12월 업무 연관성을 고려해 태광산업에 매각했다.

다만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지주사를 설립할 경우 흥국생명과 흥국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현행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회사 측은 이번 합병이 지배구조 단순화와 함께 업무 전문성도 고려됐다고 설명한다.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회사)는 지분구조가 비슷해 계열사 줄이기의 효과가 있고, 쇼핑엔티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한국도서보급의 온라인 유통사업, 티시스의 물류사업 등과 협력한다는 방안이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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