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文대통령...'위안부 합의 불인정·한일관계 정상화' 두 마리 토끼 제시
2017.12.28 16:25
수정 : 2017.12.31 15:09기사원문
【서울·도쿄(일본)=조은효기자·전선익 특파원】'파기할 것이냐, 재협상할 것이냐.'
졸속·이면합의로 기로에 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최종 처리방침이 늦어도 내년 초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까지는 나온다. 갈등사안일수록 신속하게 결론을 내겠다는 뜻이다. 파기든 재협상이든 한·일 관계는 격량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文대통령, 합의 2년만에 '불인정' 공식입장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체결된 지 꼭 만 2년이 된 28일 공식적으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동시에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 불인정'과 '한·일 관계 정상화'라는 병행할 수 없는 두 사안을 함께 풀어가는 '투트랙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을 통한 입장문 발표를 통해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는 것으로 '정치적 합의'였다"고 규정하고, 관계부처에 빠른 시일 안에 후속 조치 마련을 지시했다. 당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반면 동시에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역사문제와 관계 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제시한 것이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이미 "합의는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재협상은 없다고 밝혀,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에 이르는 길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로선 위안부 문제든, 한일관계 정상화든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까지 길지 않은 시간, 청와대와 외교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파기보다는 재협상에 무게
문 대통령의 입장문은 현재로선 위안부 합의는 파기보다는 재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통령은 "이 합의로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적차적·내용적 흠결이 있다", "역사문제 해결에 관한 보편적 국제원칙에 위배된다"고 언급하면서 "역사문제와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최소한도 합의를 보완·수정할 수 있는 재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입장문이 '협상 파기'를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번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소회'를 밝힌 것"이라며 "협상 파기로 본다면 '오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위안부 협상에 대한 최종 입장은 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 밝힐 수있으며, 그 때를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문 대통령이 역사문제와 분리해 한·일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대목을 언급하며, "투트랙 기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답해 정부가 한일관계 파국을 의미하는 파기보다는 재협상으로 가닥을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청와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최종 입장발표를 문 대통령이 할지, 외교부 장관이 할지 등 형식적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홀로 투트랙기조
문제는 일본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전화통화는 하지 않았으며, 서로 제의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할 계획은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부에선 위안부 합의 처리가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 해결과정과 유사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을 대표하는 외교안보라인의 책임자가 별도로 시간을 갖고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나, 이 역시 일본의 의지 문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입장문에 대해 일본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 부장관은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제시했으며, 익명의 일본 정부 관계자도 "한국이 새로운 대응을 요구해와도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아베 총리의 평창동계올림픽 불참을 비롯 한·중·일 정상회의 등 한·일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 움직임도 당분간 스톱될 것으로 점쳐진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