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국회 입법지연에 절규라도 하고 싶다" 상의 회장의 호소

      2018.01.01 17:06   수정 : 2018.01.01 17:06기사원문

"국회를 보면 절규라도 하고 싶다."

문재인정부 들어 재계의 대표 창구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올해 한국 경제가 북핵문제와 통상마찰 등 대외 리스크로 위기감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개혁안의 입법 지연을 초래한 국회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또 새 정부가 과거 정권마다 반복된 '보여주기식 규제 개선'에서 탈피하고 친기업정책을 펼쳐야 경제성장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새해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회장은 "새해는 지난해에 이어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국민소득도 3만달러가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외 리스크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선 최근 우리와 교역하는 상당수 나라들에서 비관세장벽 조치들이 상당히 늘고 있어 통상마찰이 걱정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로서 북핵 문제 및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큰 중동지역의 불안정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출범 2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밑그림을 완성하고 실행에 들어가면서 현실적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등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분명해졌지만 실제로 운용에 들어가면 쉽지 않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충돌, 갈등이 상당부분 계속될 것 같아서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운용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해를 넘긴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근로시간 단계적 축소 개정안 처리지연에 대해서는 국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 회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16.4%가 인상되면 산입범위 조절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를 다섯 번 찾아갔고, 발이 아플 정도로 다니면서 호소를 했는데도 (입법이 지연돼) 허망하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면초가에다 황야에서 혼자 소리치는 기분"이라며 "선진국들과 경쟁하기 위한 우리의 비교우위는 속도뿐인데 입법부에서 이를 막고 있으니 절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20대 국회 들어서 기업 관련 법안이 1000건 넘게 발의됐는데 690여건이 규제법안"이라며 "지금도 규제가 많은데 진짜 (국회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이 올해 정부에 바라는 최대 소망은 "기업들이 일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정권마다 규제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중국에서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면 그것이 옳은 일이냐"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를 상당히 줄였다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복합규제 속에 하나만 살아 있어도 전체가 다 살아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라는 것은 (몇 건을 줄였다는 식의) 통계적인 접근으로 설명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계 신년인사회 불참 등 새 정부의 경제계 패싱 논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어느 정부든지 2년차에 들어서면 경제성적으로 성적표를 검증받게 돼있다"며 "성적표를 내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기업의 실적인데 기업을 패싱하거나 가볍게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 기업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안 오시는 것은 그냥 선택의 문제이지 기업을 홀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계를 대변하는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4년을 넘겼지만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수도 없이 이야기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별로 된 게 없는 것 같다"며 "목소리만 냈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됐구나라는 자괴감이 가장 든다"고 아쉬워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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