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2018.01.04 17:16   수정 : 2018.01.04 17:16기사원문

민주화 요구가 솟구치던 1987년 7월 9일. 이한열 열사의 민주국민장이 열렸다. 서울에서만 100만명의 추모 인파가 몰렸던 이날 민주국민장에서 문익환 목사는 '민주열사 26명'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간절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안녕할까. 공정한 선거제도가 확립됐고 세 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과정을 거치며 '군주민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도 확인했다.
후퇴와 진보를 반복하고 있지만 분명 정치적 민주주의는 발전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이다. 경제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인력 빼가기,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중소기업이 매년 토로하는 대기업의 횡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대기업의 51%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영세화도 가속화됐다. 지난 1990년 42.7%였던 영세기업 비중은 2014년 49.9%로 상승했다. 중소기업 영세화는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의존도를 높였다. 전체 중소기업 중 47%가 하도급업체이고, 하도급업체 매출액의 83.7%는 대기업에 대한 납품에서 창출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9.6%이지만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4.4%로 조사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이익배분' 결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타파하고자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했고, 공정위 직권조사를 강화했다. 기술탈취 근절방안을 위한 범정부 대책 발표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경제권력의 정점은 대기업이고, 경제구조는 비민주적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또 다른 '민주열사'가 절실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받들어 독재적 경제구조와 싸울 '경제민주화 열사' 말이다. 그 역할의 적임자는 민주적 절차로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챙겨야 할 정책과제가 산더미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공정위 조직 규모도 키워야 한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역시 시급하다. 경제민주화 물결이 멈춰 서지 않도록 경제민주화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2018년, 경제민주화에 앞장설 '문재인 열사'가 절실하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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