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재소장 "헌재, 헌법 개정되면 이에 맞는 결정 내려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62·사법연수원 10기)이 사회 현실을 반영한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 헌재는 이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지난 5일 출입기자단과의 서울 인왕산 산행 및 간담회에서 "(헌재는) 헌법이 바뀌면 헌법에 따라 재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헌법이라는 게 항상 불변은 아니다"며 "사회 현실을 반영한 헌법이 생기면 이 부분을 반영한 결정이 바로 나온다"고 말했다.

■"10월 유신 당시 동급생들 체포..처음 법 생각"
그러면서 "예컨대 간통죄가 예전에는 합헌이었다가 지금은 위헌이 됐다"며 "헌재는 그런 사회 변화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헌법이 모두 불변이라는 것은 말도 안되고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헌법은 피와 눈물로 만든 것"이라며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나. 혁명을 여러번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가 작성한 헌법 개정안 초안이 공개되면서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의 헌법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경제 분야에서 사유재산에 대한 국가 개입을 강화하고 시장에 대한 규제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에 대해 초안에는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조정을 해야 한다' '국가는 투기로 인한 왜곡과 불평등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다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와 별도로 이 소장은 '영화 1987을 봤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곧 봐야겠다"면서 "저는 그 상황(6월 항쟁)을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외국에 (유학) 가려고 외환은행에 돈을 바꾸러 갔는데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무슨 일인가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그게 그 일(6월 항쟁)이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10월 유신 당시 동급생 7명이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로 체포돼 고초를 겪었다"며 "그전에는 상대를 가려 했고 법을 전공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 광경을 보면서 처음으로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규현 전 수석·이정미 전 재판관 일화도 공개
이 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일화도 털어놨다. 그는 "동창들은 다 은퇴했고 공무원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2명 있는데 저와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다.

탄핵심판에서 저는 재판관으로, 김 전 수석은 증인으로 나왔는데 기분이 좀 그랬다"며 "탄핵심판 때 김 전 수석이 '대통령이 오전에 너무 바빠서 (세월호 사건 관련해) 확인을 못했다'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그게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인정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탄핵심판 선고 당시 화제가 된 이정미 전 재판관의 '헤어롤' 해프닝에 대해서는 "우리(헌재 재판관들)는 선고 후에야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점심 먹을 때 이 재판관이 창피하다며 아이들로부터 '엄마 왜 그랬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재판관들이 괜찮다고 했다.

얼마나 일에 집중했으면 몰랐겠나"라고 반문했다.

[e-mail]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