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늘어나는 불만에 개혁 또 후퇴
2018.01.07 17:45
수정 : 2018.01.07 17:45기사원문
부가가치세 인상에 따른 국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이지만 경제난에 따른 불만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 판매수입에 의존하는 경제를 개혁해 '석유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야심찬 경제 구조개혁안이 잇달아 후퇴하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라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이날 공공부문 급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중단됐던 공무원 연봉 인상을 재개하는 등 국민 불만을 덜기 위한 대대적인 복지 대책들을 쏟아냈다.
살만 왕은 예멘과 전투에 참여하는 사우디 군인들에게 월 5000리얄(약 142만원) 상여금을 지하고, 공무원들에게는 '생활보조금'으로 월 1000리얄을 주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은퇴자, 사회보장수급자에게 월 500리얄을 추가로 지급하고, 학생수당은 10% 올리기로 했다. 또 이달 1일부터 실시된 부가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민간 의료보험이나 사립학교 등록금에 붙는 부가세는 정부가 일부를 대납하기로 했다.
이날 조처는 5% 부가세 도입으로 SNS를 도배했던 사우디 국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국민의 3분의2가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에 대한 혜택은 국민 과반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는 사우디 왕정이 미래 경제토대 마련을 위한 고된 경제개혁과 국민 불만 사이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뚜렷하게 보여준다. 석유 판매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석유 이후를 대비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왕정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민심이반을 초래할 가능성을 전전긍긍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두바이의 지아드 다우드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보조금이 "상당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사우드 알 카타니 궁정 고문은 이번 조처에 따른 추가 재정지출 규모가 500억리야드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의 다우드는 그러나 재정확대가 "2018년 경제성장에는 좋겠지만 (사우디의) 전반적인 (경제개혁) 전략에 대한 상당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면서 민간 부문 일자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게 가능할지, 당국이 "대중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필요하지만 고통스런 개혁조처들을" 추진해나갈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부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물가 상승에 맞춰 민간 기업들도 직원들에 대한 보조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차기 국왕자리를 예약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경제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은 이전에도 도전에 직면하면 수정한 전례가 있다.
'석유 이후' 사우디 경제 토대 마련을 위한 이 계획은 정부 재정적자를 줄여 균형재정을 달성하는 목표시점으로 당초 2019년을 제시했지만 급격한 재정지출 삭감에 따른 국민 반발을 의식해 2023년으로 균형재정 달성 시점을 늦췄다.
또 사우디 국내 석유제품 가격 인상도 당초보다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앞서 살만 왕은 지난해 공무원 급여 삭감을 없던 일로 되돌린 적도 있다. 공무원들의 불만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었다.
한편 사우디 검찰은 이날 정부 경제정책에 불만을 쏟아낸 왕자 11명을 체포했다. 막대한 합의금을 내고 풀려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정부의 전기, 가스비 등 유틸리티 요금 책정이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을 나타낸 왕자들이 다시 체포됐다.
재정지출 확대로 국민불만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반대 목소리에는 철퇴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