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는 유럽 국제학교

      2018.01.07 17:45   수정 : 2018.01.07 17:45기사원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로 유럽 금융 주요도시 국제학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렉시트로 런던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으로 유럽본사가 이전하면 간부 자녀들이 전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로 가르치는 국제학교는 공립학교와 달리 자리가 한정돼 있어 은행들이 본사 이전에 앞서 간부 자녀들을 위한 자리 선점을 위해 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프랑크푸르트 지역 국제학교에 80명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학교에 내고 있고, HSBC는 파리 지역의 몇몇 유명 국제학교들을 접촉해 자리 선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따내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일부 은행은 아직 학생들이 입학도 하지 않았지만 1년치 학비를 선납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확보하기도 한다.

에펠타워 인근의 파리국제학교(ISP)는 현재 700명인 정원을 1000명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에 3번째 캠퍼스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 유럽 국제학교들은 선뜻 자리를 늘리겠다는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이 불확실한 것이 배경이다.


정원을 늘리려면 교사도 추가로 채용해야 하고, 학교 건물도 확대해야 하는 등 투자가 필요하지만 브렉시트 협상이 의외로 잘 풀려 이들 은행의 유럽본사 이전이 불필요해지면 처지가 곤란해진다. 1년치 등록금을 위약금으로 받아낸다고 해도 이미 투입된 시설, 교사 채용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정원 1800명 정도인 프랑크푸르트 국제학교(FIS)도 이런 이유로 미온적이다. 폴 포치먼 교장은 "브렉시트로 주의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서 "현재 규모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협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국제학교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별 걱정할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프랑크푸르트 개발공사인 프랑크푸르트 라인마인의 에릭 멩게스 사장은 현 수준으로도 국제학교들이 초기 이주민 자녀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면서 브렉시트 관련 전학생들이 큰 폭으로 유입될 것이란 확신이 있으면 국제학교들이 그때 가서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정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IS는 학교에 특별 협력기금을 내는 업체들 자녀들을 위해 35~50자리를 남겨두고 있지만 내년 몫의 자리는 이미 거의 다 찼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국제학교(ISA)도 금융사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이들의 자리 선점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
에드워드 그린 교장은 "그게(자리를 떼어놓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45자리를 이들에게 떼주면 다른 이들에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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